클럽하우스 앞에 서 있는 야생오리 조각상. 멀리 아름다운 주택과 포도농장이 보인다.
'설탕가루 벙커'에서 육두문자가 나올 정도로 치욕적인 샷을 경험했다.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명문 스틴버그골프장(Steenberg Golf Club)에서다. 남아공의 입법 수도이자 희망봉으로 널리 알려진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이 떨어진 곳이다. 남아공 출신의 명설계가 피터 마트코비치(Peter Matkovich)가 콘스탄티아 계곡에 18홀, 파72 규모로 조성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다본 주변 경치는 가히 환상적이다. 코스를 감싸고 있는 해발 1078m에 이르는 테이블마운틴의 지류 산맥이 18홀 내내 골퍼를 흥분시킨다. 골프장이 있는 토카이지역은 포도주 농장이 산언덕을 뒤덮고 있다. 골프장 부근은 고급 신흥주택가로서 페어웨이를 따라 그림같은 주택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다.구릉진 언덕 위 코스에는 대형 벙커와 소개천, 연못, 그래스벙커가 골퍼의 다양한 능력을 시험한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모두 넓어 쉽게 파온이 가능하지만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해 2퍼트가 쉽지 않다. 파3의 7번홀과 14번홀은 특히 그린 전체를 벙커가 둘러싸고 있고, 모양도 특이하다.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골퍼들에게는 찬사가, 벙커에서 고전하며 스코어를 망친 골퍼는 욕을 해대는 희비가 교차되는 홀이다. 필자도 모래입자가 설탕같이 고운 벙커 속에 공이 파묻혀 4번 만에 탈출했더니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다. 체면이고 뭐고 귀국과 동시에 벙커용 특수 웨지라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호수에는 아프리카 특유의 야생오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페어웨이까지 나와 골퍼들의 플레이를 지연시키지만 그 모습이 예뻐 플레이를 멈추고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이런 연유일까. 골프장 정면에는 이 코스의 로고인 야생 오리를 주제로 한 조각들이 코스를 내려다보고 있다. 남아공은 세계적인 골프강국으로도 유명하다. '퍼팅의 마술사' 보어 로크가 1950년대를 주름잡았고, 1960년대에는 게리 플레이어가, 또 닉 프라이스, '황태자' 어니 엘스, 올해는 찰 슈워첼이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과학적인 이론과 실습으로 우수선수를 배출하는 골프아카데미가 전국에 약 2000여개가 있다는 지배인의 설명이 더해졌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