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는 기업들 해외서 맹활약
SK네트웍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고무농장.
SK 네트웍스·이건산업·유니베라 등 고부가수종 재배 탄탄한 수익기업이 나무를 심는다. 단순히 사회책임경영(CSR) 목적만이 아니다. 해외에서 조림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만 해도 그 수가 꽤 많다. 나무를 주 원료로 상품을 제조하는 제지업체, 가구업체뿐만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 나무와 거리가 먼 기업들도 앞 다퉈 국내외 농장을 넘나들며 나무를 심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 시장에서 천연고무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무나무 재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 재배할 수 있는 농장의 몇 십 배 넓은 농장 개척을 위해 속속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수익사업 목적 외에도 기업들의 나무 심기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등을 통해 자연 살리기에 일조하는 주요 사회 공헌 활동이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나무심기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지, 오랜 세월 투자의 의지를 다져온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1 유니베라 미국 텍사스 힐탑가든. 2 유한킴벌리 숲체험 여름학교 그린 캠프. 3 유한킴벌리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 4 이건산업 솔로몬 군도 묘목장.
SK네트웍스-인도네시아 ‘고무나무’SK그룹은 故 최종현 회장이 경영하던 시절부터 임업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SK임업을 설립한 것도 이때문이다. SK임업을 통해 조림 및 육림사업 발전과 산림자원화에 노력한 공로가 인정돼 지난해 故 최종현 회장은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내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숲의 명예전당은 국토녹화와 임업발전에 큰 공적을 남긴 인물을 기리기 위해 2001년 국립수목원 내에 설치된 야외 전시관이다. 평생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을 정도로 그의 남다른 나무 사랑은 현재 SK네트웍스가 나무심기 사업에 적극 나서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건산업 솔로몬 군도 유칼립투스 나무 조림지.
SK네트웍스는 화학·에너지, 의류·직물, 철강, 통신기기 등의 수출입을 주력 사업으로 벌이는 종합상사다. 이러한 SK네트웍스가 지난 2009년 인도네시아 남부 칼리만탄 지역에 고무 농장을 설립했다. 부지는 2만8000ha로, 서울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회사는 농장에 현재까지 약 1/5에 해당하는 144만 그루의 고무나무를 심었고, 2013년까지 총 700만 그루로 늘릴 계획이다. 고무나무는 식재에서 생산까지 4~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고무 플랜테이션 사업은 열대성 기후에 적합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3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천연고무는 대부분 타이어 제조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자동차 수요가 지속되는 한 그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 세계적으로 농장지가 감소하고 있어 고무나무 조림 사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천연고무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SK네트웍스가 소유한 고무농장 한 곳에서 생산하는 천연고무는 국내 타이어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천연고무 전체 연평균 수입량의 7%에 이르는 2만5000t 규모다. SK네트웍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 1t당 1117달러였던 천연고무 가격이 현재는 1t당 52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SK네트웍스의 고무 플랜테이션 사업 수익성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팜유열매
더불어 고무농장 사업은 인도네시아 현지 인력을 다수 채용해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SK네트웍스는 향후 6000명 이상의 수액 채취 인력을 추가 채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현지에 교육과 의료 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조림지 내어 이러한 시설들을 설립할 예정이다. 플랜테이션 사업을 통해 사회공헌에도 일조하는 등 이중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지난 2010년에는 산림청과 연계해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 중 1명은 현지법인에 정규 직원으로 채용되는 특전을 부여받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해외 조림사업 관련 인턴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1차 선발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비록 기업들이 인건비가 낮은 현지 인력 고용을 선호해 인턴 신청 사업체 수는 많지 않지만, 국내 산림 인력을 양성하려는 목적을 가진 몇몇 기업들이 참여해 긍정적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이건산업-솔로몬군도 ‘티크’ 목재 전문업체인 이건산업은 나무를 주원료로 삼아 제품을 가공하는 회사답게 나무 심기에 주력하는 기업의 전형으로 꼽힌다. 1980년 조림사업을 위해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에 진입한 이건산업은 현재 뉴조지아 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90배에 달하는 2만6000ha의 조림지를 확보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40cm 이하의 나무는 수확하지 않고, 나무를 벤 자리에 새 나무를 심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 원자재 확보를 통해 산업 기능을 실현하고 조림을 통해 환경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이건산업의 철학이 녹아 있는 대목이다. 재배 종목은 기존에 인기 있었던 유칼립투스보다 가격이 4배 이상 비싼 고부가 수종 티크다. 이건산업은 티크를 통해 고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건산업은 솔로몬 군도 현지에 합판용 원재료인 건조베니어(Dri Veneer)를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해 생산 제품을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수출하고 있다. 또 조림지 조성의 기초가 되는 우수 묘목 품종 생산을 위한 유전자 기술과 대량 생산시스템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조림전문가 양성코스를 운영해 임업기술 전수에도 힘쓰고 있다.특히 지난해 12월 이건산업의 자회사 이건태평양조림주식회사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로부터 산림경영 인증을 획득한 사례도 의미가 크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산림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이건산업은 향후 생산하는 목재당 15%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이건산업에서 생산하는 합판마루와 합판, 유통제품인 원목에 대해 인증마크를 부착할 수 있게 돼 브랜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산림청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서 임산물 사업을 할 경우 해외자원개발법에 따라 산림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이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신규 확보된 조림지 면적이 2만ha 가량 된다. 이 같은 결과는 기업들의 해외 조림사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다.유니베라-4개국서 ‘알로에’최근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며 애그플레이션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자 기업들의 해외농장 개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유니베라는 과거 1980년대부터 해외농장 개척을 통한 알로에 벨트를 구상, 이후 실행에 옮기며 알로에 시장 점유율을 높인 성공 경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1976년 국내 최초로 알로에 시험재배에 성공해 국내 알로에 산업을 개척해 온 유니베라는 전 세계 알로에 원료시장 8190만 달러 중 약 41%인 3360만 달러의 원료를 공급해 왔다. 유니베라가 이처럼 알로에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재배만으로 그 수요를 달성할 수 없어 해외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유니베라는 미국 텍사스 힐탑가든 210ha를 시작으로 멕시코 탐피코에 772ha, 러시아 연해주에 2150ha, 중국 하이난에 189ha 등 전 세계에 총 3320ha의 천연물 농장을 확보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각 국가별로 확보한 농장에 유니베라는 알로에는 물론, 황금, 에크네시아 등의 천연 식물들을 연구, 재배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농장에서는 연간 5만t 이상의 알로에 원료를 생산중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알로에 원료는 미국 현지를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40여개국 700여 기업에 공급되고 있다. 또한 중국 하이난을 새로운 알로에 전략적 공급기지로 삼아 전 세계 알로에 원료 공급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코린도의 행보도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목재, 제지, 화학, 물류 등 분야의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코린도는 2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 꼽힌다. 코린도는 현재 SK네트웍스와 같은 칼리만탄 섬의 6만5000ha 부지에서 조림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1998년부터 심기 시작한 유칼립투스 나무가 1억 그루에 달하며, 파푸아 정글 지역에서는 2만ha의 오일팜 농장을 조성해 팜오일을 생산중이다. 순수한 사회공헌 목적으로 나무심기에 앞장서 온 기업도 눈에 띈다. 위생용품 제조업체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유한킴벌리 사회공헌 캠페인 명성유한킴벌리가 1984년부터 시작한 이 캠페인은 올해로 28회째. 30주년이 되는 2014년까지 5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꾼다는 계획이다. 처음 캠페인을 시작할 때 국내 산림이 많이 훼손돼 그야말로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홍수와 같이 자연재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유한킴벌리는 국민과 나라가 잘 돼야 기업도 이익을 내고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지구온난화와 사막화가 환경상 큰 문제로 대두되며 유한킴벌리의 환경보호활동이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됐다. 캠페인의 주요 내용은 국내외에서 공익 목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 유한킴벌리는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 학교숲 만들기, 동북아 사막화 방지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공헌에 힘써왔다. 국민 1인당 1그루에 해당하는 나무를 심게 한다는 목표로 신혼부부 등이 직접 참여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행사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총 1만73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현재까지 숲 가꾸기 비용을 조성해 유한킴벌리가 심거나 가꾼 나무는 모두 4100만 그루다. 숲 가꾸기는 주로 천연림 보육,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 베기, 가지치기, 비료 주기 등의 방법으로 진행된다. 자연 친화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08년까지 전국 700여 개의 시범학교를 선정해 ‘학교숲 가꾸기’가 이뤄졌다.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만한 각계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도 동참해 캠페인의 효과가 극대화됐다.또 유한킴벌리는 1999년부터 동북아시아 지역의 산림생태 황폐화 및 사막화를 저지하고 숲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몽골 및 중국의 사막화 지역 조림활동 △한중 대학생 숲 복원 자원봉사활동 지원 △사막화 지역의 조사 및 연구활동 지원 등이 대표 사례다. 나무 심기를 포함해 유한킴벌리는 지속적인 환경경영을 이루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은 물론, 고효율 기기 사용, 버려진 열 공기의 재순환 등을 실현해 오고 있다. 화장지 제조에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는 과정도 눈에 띈다. 유한킴벌리 측은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는 신뢰를 기반으로 기업의 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친환경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해외조림, 목적 따라 방법도 다르다 해외조림사업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산업조림, 바이오에너지조림, 탄소배출권조림이 대표적이다. 산업조림은 원목, 제재목, 성형목재등 목재 자원 확보를 주로 하며 고무나무 조림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요 조림 수종은 유칼립투스, 알바지아, 아카시아, 망기움, 티크, 마호가니 등이다. 바이오에너지 조림은 목본식물을 이용해 바이오에너지 원료 및 목질계 바이오매스 등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주요 조림 수종은 팜유나무, 고무나무, 자트로파 등이다. 이를 통해 바이오 오일, 고무 등을 최종적으로 생산한다. 탄소배출권 조림은 방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에 속하지 않는다. 이러한 비감축의무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하고 받을 수 있는 것이 탄소배출권이다. 신규조림, 재조림 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탄소배출권조림이라 일컫는다.<도움말 제공 : 산림청> 이코노믹 리뷰 백가혜 기자 lita@<ⓒ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백가혜 기자 lita@ⓒ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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