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안 “시한부 판정 후 완치된 것 같은 기분”

<div class="blockquote">Top Star. 2007년 < Untold Story > 이후 처음으로 내는 토니 안의 미니 앨범 제목이자 동명 타이틀곡이다. 전직 아이돌 스타이자, 성공한 사업가, 그리고 현역 가수 겸 예능의 블루칩으로서 다양한 층위를 가진, 그리고 그 어떤 층위에서도 스타로서의 존재감을 가진 그에게 이 제목은 어떤 의미일까. 그와의 인터뷰가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진 혼잡한 결과물이 되리라 예상한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토니 안은 오히려 연예인으로서의 자의식과 사업가로서의 부담을 떨친, 비로소 한 개인이 된 안승호에 대해 이야기했다. 밋밋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덜어내고도 매력적이고 속 깊은 남자가 여기에 있다.
전역 후 첫 음악 활동인데 타이틀인 ‘Top Star’는 노래도, 무대도 그 어느 때보다 ‘업’된 분위기의 곡이다.토니 안: H.O.T. 시절의 ‘캔디’나 ‘행복’ 빼면 가장 밝은 곡일 거다. 사실 예전 솔로 앨범에서는 팝적인 느낌의 곡을 부르다 보니 ‘Top Star’를 부르는 게 쉽진 않았다. 싸이 형이 직접 데모를 녹음해줬는데 완전 이건 싸이 노래인 거다. (웃음) 그 사람의 ‘필’은 워낙 대단해서 내가 낼 수 없는 거라 차라리 내 스타일로 부르려 했는데 정말 난감했다. 아, 싸이의 곡을 어떻게 내 식으로 불러야 할까. 연습을 되게 많이 했다. 아마 원곡을 들으면 깜짝 놀랄 거다. 내가 부르면서 많이 차분해진 거다. 싸이보다는 차분하지만, 토니 안이라는 가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무대 위에서 즐기는 느낌이던데.토니 안: 그게 목적이었다, 이번 앨범의 목적은. 내가 즐기자는. 그랬을 때 보는 사람들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했고. 사실 여태까진 그런 게 없었지.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폼을 잡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러다보니 나도, 보는 사람도 좀 무겁고. 그게 군대 다녀오며 많이 바뀐 거 같다. 군인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다 남자들이지 않나. 거기서 나 스스로가 너무 재미가 없는 거다.<H3>“변화를 통해 후배 아이돌에게 어떤 자극을 주고 싶었다”</H3>
폼 잡는 노래라?토니 안: 그런 노래고, 또 여태 여성 관객들 앞에서만 노래를 불렀는데 남성 관객이란 존재를 너무 잊고 살았던 거다. 그러니 예전 곡들로 남자들 앞에 섰을 때 너무 어색하고 불편한 거다. 그러니 관객들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됐다. 어디서 ‘떼창’이 들어가야 할지도 애매하고. (웃음)토니 안: 그런데 싸이 형이나 다이나믹 듀오 같은 경우에는 모두들 너무 신나하는 거다. 그 때 나랑 김재덕, 앤디, 이런 아이돌은 다 어색한 거지. (웃음) 그 때 딱 느꼈다. 아, 이제 변화해야 할 때가 됐구나.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고, 이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op Star’가 그런 음악 아닐까, 요즘 활동하며 그런 느낌을 받는다. 싸이에게 곡을 부탁한 것도 그래서인 건가.토니 안: 그 분이 그런 스타일에 있어서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니까. 포인트를 잘 알고 있고. 그럼 위문열차 공연에서 보던 싸이는 어땠나. 같은 퍼포머로서 보기에.토니 안: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웃음) 내가 그 사람을 가수로서 존경하게 됐다. 전에는 그의 무대를 본 적이 없었다. 사실 뭐... 직접 보기 전에는 이미지가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았고. (웃음) 그런데 실제로 보니 사람이 너무 좋았고, 무대를 보며 ‘아, 저 사람이 진짜 가수다’ 싶었다. 팬이 많고 이미지 만들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싸이 형 무대를 보면 관객들도 그렇고 스태프도 그렇고, 심지어 댄서들까지 난리가 난다. 빨리 올라가고 싶어 하고. 그게 정말 흔치 않은 모습이다. 모두가 하나가 된다는 게. 그리고 보통 3곡 정도로 원래 큐시트에 잡혀 있어도 8곡까지 부르고 내려온다. 사실 우리는 군인이고, 더 부른다고 행사비 더 받는 거도 아니다. 2만원 받고 그 공연을 하는데 (웃음) 이 사람은 정말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거다. 그 순수함이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노래를 찾아 들었더니 곡도 다들 좋아서 나도 하나 달라고 한 거다. 싸이를 비롯한 다른 가수의 공연을 보고 느낀 점 외에 지금이기에 이런 변화를 꾀한 것도 있나.토니 안: 아무래도 나이가 서른넷인데, 이제 폼 재고 이런 건 아닌 거 같았다. 그런 건 후배들이 하면 되는 거고, 나는 변화를 통해 그 후배 아이돌에게 어떤 자극을 주고 싶었다. 어쨌든 그들이 10년 후에도 멋있게만 보이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나이를 먹을 때 어떤 사람들은 더 겁을 먹고 안전한 길을 택하기도 한다.토니 안: 어차피 잘 안 되어도 다시 하면 되니까. 그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다. 실패에 대해서는. 그냥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것도 도전해 보고. 만약 내가 ‘Top Star’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대해 사람들이 ‘어, 뭐야’ 이래도 ‘아, 내가 너무 많이 갔나’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거 같다. 전에 솔로 앨범을 낼 땐, 실패가 두려웠던 적이 있었나.토니 안: 그 때는 실패가 두려웠기 때문에 계속 비슷한 느낌으로 가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H.O.T. 나 JTL 때의 모습을 쉽게 버리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걸 이어간 거다. 사실 지금도 4년만의 활동인데 두려움은 있지, 당연히. 나를 더 알릴 수도 있지만 기존 팬이 떨어져나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좋아해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밝고 신나는 노래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내가 그렇다고 ‘캔디’ 때처럼 나오는 건 아니니까. (웃음) 실제로 스스로를 ‘Top Star’라 하지만 간지럽거나 허세 부리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를 살짝 희화화하는 면도 있고.토니 안: 그리고 이 노래에서 말하는 ‘Top Star’라는 게 결국 지금의 나다. 브릿지에 ‘내가 보잘 것 없을 때 쓸데없을 때 유일하게 나의 곁에 마지막에 남은 나의 마지막 Fan’이라는 가사가 있다. 나는 H.O.T.라는 최고의 그룹에도 있었고, 중간에 앨범이 실패한 적도 있고, 우울증도 앓았다. 그 모든 걸 지나서 다시 컴백을 한 나의 느낌에 대한 곡이지. 그게 내가 의도했던 ‘Top Star’다. 나는 연예 생활을 하며 너무 많은 사람을 봤다. 한 때는 누구나 다 스타일 수 있다. 정말 어딜 가도 사람들이 열광하던 사람들인데 그 중 살아남은 사람들은 몇 없다. 지금도 활동하는 1세대 아이돌 몇이 거의 전부인 것 같다. 그러니까 15년이 지난 후에도 활동할 수 있는 우리는 그 굴곡을 이겨낸 과거와는 다른 의미의 ‘Top Star’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H3>“지금이 가장 성숙하고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거운 시기”</H3>
그럼 서른넷의 토니 안은 인생의 모든 시기 중 지금이 가장 성숙한 시기인 것 같나. 지금 말하는 ‘Top Star’란 결국 인간적 성숙까지 포함하는 개념 같은데.토니 안: 가장 성숙하고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거운 시기다. 나는 H.O.T.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못할 거다. 절대 안 돌아갈 거다. 그 땐 마치 <매트릭스> 같은 삶? 나 자신이긴 하지만 마치 남에게 컨트롤 당하는 듯한. 아, 이수만 선생님이 나를 컨트롤 한다는 게 아니라 (웃음) 그 때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내 삶이 갈 수밖에 없었다. 팬들이 원하면 그 쪽으로, 회사에서 원하면 그 쪽으로, 멤버가 원하면 또 그 쪽으로. 무슨 말을 해도 생각을 하고 말해야 하고, 행동을 할 때도 그에 대한 여파를 고려하고 해야 하니까 진짜 연예인이었지. 그러니 행복할 수가 없다. 지금은 그냥 안승호, 내 삶. 그렇기 때문에 방송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솔직하면 되니까. 그래서 즐겁다. 이제는 이런저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그럼 이제 연예인이 아닌 토니 안은 왜 다른 것도 아닌 음악을 하는 걸까. 그냥 하던 거니까 하는 것과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하는 건 다를 텐데.토니 안: 한 4년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동안 좀 다른 걸 했다. 사업을 열심히 하자고 했고, 다른 것들도 했는데, 이번에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면서 ‘역시 이거구나’ 싶었다. 내가 가장 인생에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건 이거구나. 그래서 가수로서 오래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되어서 새 삶을 선물 받은 기분이랄까. 요즘은 뭘 해도 즐겁다. 사업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 수도 있겠다.토니 안: 엄청 풀리지. (웃음) 골치 아픈 일을 모아서 여기 무대 위에서 푸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에 한 번 딱 그렇게 하면 일과가 탁 풀리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KBS <백점만점>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뭔가 한 건을 하겠다는 욕심 없이 편하고 재밌게 하는 것 같다.토니 안: 처음에는 못 그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려운 마음이었는데 내가 가수라는 자각을 좀 더 느끼다보니 좀 더 편해졌다. 부담감을 던다는 느낌? 그런 밸런스를 굉장히 잘 잡는 게 쌈디더라. 음악 열심히 하고, 방송 열심히 하고. 저렇게 살면 즐겁고 행복하겠구나, 나도 저래야 하겠다 싶었다. 쌈디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 방송을 하며 만나는 어린 가수들을 보면 달라진 걸 느끼나. 앞서 말한 연예인 같은 삶에서 좀 더 자유로워 보이던가.토니 안: 처음 볼 땐 그러리라 생각했다. 더 자기 주장 뚜렷하고 직설적일 거라고. 그건 아닌 거 같더라. 우리 때보다 더 치이는 게, 예전에는 가수가 앨범을 1년에 한두 번 냈기 때문에 더 주관이 뚜렷하게 행동했는데 요즘은 두 달에 한 번씩 앨범을 낸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을 짤 시간이 없지. 달라진 게 있다면 방송이나 사석에서 좀 더 편하게 말하는 거? 예전 같으면 남자그룹이 여자그룹에 말도 못 걸고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서로 친하게 지내고 연락처도 주고받으니까. 좋은 건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게 아닌 거 같다. 그럼 그렇게 치이는 후배들을 보면 과거의 자신을 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나.토니 안: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아직까지 그런 느낌을 받은 친구는 없었다. 다만 그냥 안타깝다, 항상. 너무 힘들겠구나. 나도 겪어본 거니까. 앞서 지금의 활동으로 후배 아이돌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토니 안: 그런데 지금은 못 느낄 거다. 다만 10년 후에는 느낄 거다, 분명히.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하지 싶을 때, 그 길을 보여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분명 그게 지침이 된다. 과거 우울증을 겪은 것도 결국 외로움 때문일 텐데, 만약 그 때 어떤 선배가 가야 할 방향을 일러줬다면 덜 외로웠을까.토니 안: 그게 없었지. 우리 땐 그런 얘길 해줄 선배가 한 명도 없었다. 우리가 1세대 아이돌이었으니까. 있다고 따지면 서태지 선배님일 텐데, 그분을 만날 수는 없었고. (웃음) 곁에 계셨다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을 거 같다. 사실 내가 지금 봐도 너무 준비 없는 아이들이 많다. 2, 3년 지나면 지금 있던 가수 중 절반은 사라질 거다. 그걸 미리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걸 보면 되게 기특하지만 몇 명은 인기가 계속 유지될 거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게 되게 안타깝지. 참 좋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한 지금 서른넷 이후 서른다섯, 서른여섯에는 더 성숙한 사람이 될 거 같나.토니 안: 그건 가봐야 알겠지. 사실 과거보다 부족한 부분도 있다. 더 소심해지고 속도 좁아지고. 다만 나 자신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자각하고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게 성숙이겠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노력하면 나중에 마흔이 됐을 때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매거진팀 글. 위근우 기자 eight@사진팀 사진. 채기원 ten@매거진팀 편집. 장경진 thre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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