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도형 기자] 올해 들어서만 학생 4명이 자살한 카이스트(KAIST)에서 교수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대학가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교육 당국이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학생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성장 및 발달 지원을 위해 '학생자살 예방 및 위기관리' 방안 세부안을 조만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학생자살 예방 및 위기관리 체계는 '사전예방'과 '위기관리', '사후대응' 등 3단계로 이루어진다. 교과부는 동시에 전국 일선 초ㆍ중ㆍ고교 및 관할 교육청에 '학생자살위기관리를 위한 위원회'를 설치토록 권고했다. 교과부는 11일부터 28일까지 각 시ㆍ도 교육청과 각급 학교의 학생자살 예방 및 위기관리 담당자 약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도 시행할 예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이고 충실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하면 최근 불거진 카이스트의 잇단 자살문제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교과부의 이런 조치는 올해 카이스트에서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서울대에서도 지난해 모두 5명이 자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경찰과 교과부에 따르면 2007~2010년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학생은 모두 1043명이다. 초ㆍ중ㆍ고교생 자살자는 같은기간 627명이다. 이들 가운데 약 15%는 부진한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못 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자살한 카이스트 및 서울대 학생들 상당수도 '징벌적 등록금제' 등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학교 측 정책이나 분위기 때문에 가중된 성적 압박 및 학업에 대한 부담으로 자살 직전까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에 빠진 서 총장은 지난 8일 학생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최근의 잇단 학생자살 문제와 징벌적 등록금제 등 그간의 경쟁위주 학사정책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를 토대로 서 총장은 오는 12일 오후로 예정된 임시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교과위에 출석해 카이스트 업무 및 현안보고를 할 예정이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이날 업무보고 때 서 총장에게 최근의 자살사태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추궁하고 퇴진 압박을 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스트는 오는 15일 서울 강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오명 이사장이 주재하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서남표 총장의 거취 문제 등 최근 사태를 둘러싼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이날 긴급 이사회에서 카이스트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제출한 뒤 서총장의 해임건의안을 올리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나친 경쟁상황, 학생 개인의 완벽주의적 성향 등이 한꺼번에 작용해서 자살이 빈발하는 것 같다"고 진단한 뒤 "문제는 자살이 자꾸 발생하는 것인데, 주변 사람이 자살하는 모습을 보면 자살을 쉽게 결정해버리는 베르테르 심리(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어 "한창 때인 20대 대학생이 학업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하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닌만큼 학교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때"라면서 "학교의 상담소 기능을 확대하는 등 자살 예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도 "초ㆍ중ㆍ고에서는 자유롭게 공부하다 대학부터 공부에 매진하는 서구의 대학들과는 달리 한국의 명문대생들은 유치원때부터 가혹하리만큼 공부에만 파묻혀 지내왔다"며 "성적을 잣대로 약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카이스트의 학사운영 제도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태관(54) 카이스트 교수가 일요일인 10일 오후 4시께 자택인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의 한 아파트 주방 가스배관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학교 자살자는 올해 들어서만 5명(학생 4명)을 기록하게 됐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교과부 종합감사 때 연구 인건비를 유용한 혐의가 적발돼 학교 징계 및 검찰 고발을 통보받은 상태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김도형 기자 kuerte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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