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스폰서 된 “거제조선소 집안 셋째 딸”

최아름 삼성重 사원, 직접 품질검사한 선박 명명

(오른쪽부터)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 이성희 두산엔진 사장내외, 최아름 삼성중공업 사원, 요켄 둘레 피터돌레 회장, 박대영 거제조선소장(부사장)이 지난 8일 컨테이너 선박 명명식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이 선박을 ‘MSC 필리파(MSC FILLIPPA)’로 명명합니다.”지난 8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1만26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는 한 여사원이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과 선주측인 피터돌레 요켄 돌레 회장 등 양사 고위 임원들 앞에서 이렇게 외치며, 명명대 위에 올려진 밧줄을 도끼로 내려쳤다. 밧줄은 갓난아기의 탯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끊은 것은 선박이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선박의 이름을 지어주는 스폰서는 통상 선주사와 관계가 있는 여성이 맡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박은 영부인이나 장관 부인 등이 맡기도 한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거제조선소 고객지원팀에 근무하는 최아름 사원이었다. 직접 품질검사를 맡았던 선박의 스폰서로 선정됐던 것인데, 조선소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맡는 경우는 이례적이다.최 사원이 명명식 스폰서가 된 것은 선박 건조 과정에서 보여준 철저한 품질관리와 높은 기술력에 대한 선주사의 보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또한 선주는 물론 직원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최 사원을 추천하자는 의견에 모두가 찬성했다고 한다.

최아름 삼성중공업 사원이 거제조선소 현장 직원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입사한 후 최 사원은 고객지원팀 품질보증그룹에서 의장품질검사를 맡고 있 다. 의장 검사는 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좁은 공간에서 검사를 하고, 이동하는 거리도 길기 때문에 남자 사원들도 힘들어 하는 업무 중 하나인데, 최 사원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검사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선주들을 대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일례로, 홍콩 컨테이너선사인 OOCL의 한 감독관은 “딸이 둘이 있는데, 최 사원을 셋째 딸로 삼고 싶다”고 계속 제안을 했고, 이에 최 사원은 “마음은 감사하고 영광이지만, 아버지는 한 분이면 족하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감독관은 아예 PC 바탕화면에 최 사원의 사진을 띄워났을 정도로 열혈팬이다.현장직원들도 최 사원의 긍정적인 근무태도에 높은 평가를 해준다는데, 그의 부탁이라면 반장들 누구나 만사 제쳐놓고 일처리를 해준다고 한다.일주일전 고객지원팀장으로부터 명명식 스폰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최 사원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소중한 기회를 주신 선주사와 회사에 감사드린다”며 “오늘 명명한 선박이 완벽한 품질로 인도될 수 있도록 남은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삼성중공업은 지난 1995년 거제조선소 선체 2부에 근무하던 김점순 사원이 여성용접사로서는 세계 최초로 명명식 스폰서를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1996년, 1998년, 1999년, 2000년에도 여직원들이 명명식 스폰서로 나선 적이 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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