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남극에 완공될 예정인 장보고 기지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지난해 11월 현대건설은 남극에 새로 지을 '장보고 기지'(남극 제2과학기지) 건설 시공사로 선정됐다. 국내 최대 건설사로 이미 23년 전 남극 '세종기지'를 시공한 경험을 인정받아서다. 남극은 영하 40도의 혹한과 초속 65m의 강풍이 몰아치는 곳이다. 현대건설은 극한지(極寒地) 공사인 남극 과학기지 건설에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오고 있다.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남극에서 현대건설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대역사를 쓰고 있다.극지에서의 도전과 개척정신, 상상을 뛰어넘는 창의력은 한국 건설의 힘으로도 통한다. ◇도전과 개척의 역사=현대건설의 극지 건설 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 연구기지인 세종기지 건설에서 시작됐다. 세종기지는 현대건설의 개척정신을 담은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1987년 당시 대통령 특명으로 시작된 세종기지 건설은 처음부터 어려움과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당시 남극은 우리에게 사방에 하얀 눈밖에 없는 미지의 땅이었다. 세종기지는 현대건설이 1987년 11월 현대엔지니어링ㆍ현대중공업과 함께 일괄도급으로 공사를 수주해 시공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현장이어서 장비와 인력 동원, 생필품 운송, 구조물 설치 등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극지 공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짧은 공기와 각종 공사여건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현지 상황을 고려해 미리 가설한 구조물이 바지선에 실렸고 고장에 대비해 여유 장비까지 챙겼으니 짐이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200여명분의 생필품까지 더해진 거대한 물량의 수송에는 시공 전부터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1987년 10월 3000t짜리 바지선 'HHI-1200호'에 선적된 기자재와 물품은 50여대의 컨테이너와 30여종의 건설장비를 포함해 부피가 1만5000㎥에 달했다. 바지선을 이용해 가설부두를 세우는 작업부터 내구성과 보온성을 따져 세운 연구시설, 환경을 생각한 오폐수 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시설, 연구원들의 생활을 고려한 담수화시설까지 현대건설의 시공 노하우가 모두 집약됐다. 결국 1987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4개월 만에 공사를 끝마쳤다. ◇장보고 기지..2014년 완공=당시 건축사업본부 부서장이던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세종기지 건설의 전체 마스터플랜을 짰다. 김 사장은 "당시 우리나라는 남극에서의 공사 경험이 전혀 없었고 남극에 가본 사람조차 없었다"며 "극지 시공 경험이 전무했던 당시 상황에서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공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고민과 어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극지 과학기지 건설은 23년이 지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조달청으로부터 남극 제2기지 건설공사 최종 심의에서 경쟁사를 제치고 실시설계 및 시공 적격자로 선정됐다.남극 제2기지 건설공사는 남극 로스해 인근 테라노바만(Terra Nova Bay)의 브라우닝산 일대 2만2000㎡ 부지에 721억원을 투입, 연면적 4300㎡ 규모로 2014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장보고 기지로 이름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척박한 극지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연구와 안전한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체역학 디자인으로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화재에 대비해 4개 구획으로 동이 나눠지게 설계됐고 건설지 환경에 적합한 건물 형태를 갖추게 된다. 남극 기지 건설에는 2년의 시간이 걸린다. 남극 주변이 겨울 동안 얼어붙은 두꺼운 해빙으로 둘러싸여 이들 해빙이 녹아 아라온호가 쇄빙할 수 있는 12월에서 3월 사이라야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자재는 배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지도도 필요하다. 땅속의 암석을 확인해야 하고 자연환경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김민진 기자 asiakm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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