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레이싱] 억대 馬님, 피는 못 속여

▲ 지난 2006년 한국마사회가 미국에서 약 40억원에 들여온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子馬). 이 말은 올 하반기 경주마 등록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경매번호 51번 경주마, 1억원에 낙찰됐습니다."지난 22일 한국마사회 제주목장 경매장. 낙찰을 알리는 경매사의 멘트가 끝나자 경매장이 순간 술렁였다. 억대 몸값의 경주마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주인공은 부마(父馬) '메니피'와 모마(母馬) '스트레이트캐시' 사이에서 태어난 2세짜리 암말이다. 뛰어난 혈통과 다부진 체격 등으로 경매 전부터 구매자들 사이에서 최고가의 주인공으로 지목됐다.이날 경주마 경매에는 총 111두의 말이 상장돼 총 61두가 낙찰됐다. 낙찰률은 55%로 최근 3년 평균 낙찰률(38%)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평균 낙찰가 역시 25%나 올랐다. 경매가 이처럼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마사회가 몇해 전 수십억원을 주고 사들여온 우수 씨수말의 자마(子馬)들이 대거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씨수말 '메니피'가 서 있다.2006년 한국마사회가 미국에서 약 40억원에 들여온 '메니피'는 도입 당시부터 한국 경마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을 주인공으로 주목 받았다. 일본 경마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선데이 사일런스'라는 미국산 씨수말이 있었듯 말이다.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했던가. 작년에 데뷔한 '메니피' 자마들의 성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로 한 씨수말의 자마 3두가 대상경주에서 1~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브리더스컵 대상경주'에서다. 이 경주에서 '메니피'의 자마인 '선히어로', '선블레이즈', '우승터치'가 차례로 1~3위를 차지한 것.'선히어로'와 '선블레이즈'는 경매시장에서 둘 다 각 8500만원에 낙찰됐는데 벌써 각각 2억7000만원과 1억20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2007년에 약 40억원의 가격에 도입된 씨수말 '포리스트캠프'의 자마는 이번 경매에서 13두가 상장돼 8두가 낙찰되며 씨수말 중 가장 높인 인기를 끌었다.해외 선진국에서 우수한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주마의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이다. 국내서도 이제는 민간 목장에서 자체적으로 씨수말을 해외에서 도입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2010년 리딩 사이어'(Leading Sire)에 등극한 민간 씨수말 '크릭캣'은 올해 1회당 약 500만원 안팎의 교배료를 받고 있다.경주마를 키우는 생산 농가의 수익도 쏠쏠하다. 이 때문에 말 농가는 2000년 520개에서 2008년 1528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최원일 한국마사회 홍보실장은 "말산업 육성법이 통과됨에 따라 말 사육농가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된다"며 "말산업 특구 지정 등을 통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고 말의 수요도 늘어나 안정적인 유통·판매체계도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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