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가온
편집. 장경진
얼핏 허무맹랑하게 들릴법한 삼동의 꿈과 야망은 김수현의 진정성 있는 연기력으로 생명을 얻었다.
김수현은 하나의 형용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첫인상만큼이나 아직 고정화된 이미지가 없는 배우다. 그럴 정도로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매 작품마다 낯선 분위기를 풍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황금비율의 조각미남은 아닌 김수현은 덕분에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얼굴들을 만들어냈다. 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인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어린 차강진에게서 데뷔작 MBC <김치 치즈 스마일>의 수영부 막내가 보여줬던 해사한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미군 부대에서 피 비린내 나도록 복싱을 하고 극 중 최고의 악역이었던 조필연(정보석)에게 맞섰던 SBS <자이언트>의 어린 이성모에 이르러서는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소년의 모습을 지우고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청년이 되어있었다. 이것을 단지 작품을 잘 만났다는 ‘운’으로만 설명하기엔, “사물을 사람 쳐다보듯이 초점을 넓히”는 눈빛 연기를 연습하고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조차 눈물을 흘리는 이유보다 그 상황이나 동작을 기억해 연기에 적용시켰던 그의 노력이 너무나 치열했다. 그렇게 소년의 얼굴로 중년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어른스러운 아역 연기를 해냈던 김수현은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라 그가 만들었던 짧은 인생 자체가 또 한 명의 주인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인간 김수현을 보여주는 게 가장 무서워” 본인의 인지도를 단시간 내에 높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고사했던 그는 온전히 연기력만으로 데뷔 5년차, 스물넷의 나이에 이토록 주목받는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이 대부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림하이>는 그런 점에서 김수현의 유일무이한 장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시골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꿈 하나만 믿고 상경한 송삼동이 다른 가수 지망생들을 물리치고 ‘K’의 주인공이 된 결말을 납득시킨 것은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력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짝사랑하는 혜미(배수지)를 향해 “내한테는 니가 음악이고 음악이 니였다”고 고백하는 그의 눈빛은 애초에 김수현이 목표한대로 “꽉 안아주고 싶은” 모성애를 끄집어냈다. 김수현이 전작들을 통해 디테일한 눈빛을 연습한 결과는 대본에서 만들어 낸 캐릭터 그 이상의 매력을 빚어냈다.<H3>송삼동과 함께 자란 김수현의 꿈</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