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재혁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경기불황 외에도 3D 영화의 높은 입장료와 이벤트 무비의 남발은 젊은 영화 팬을 사라지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수년째 실업난, 경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선 지난해 소비자 물가가 극심하게 떨어졌다. 2010년 일본은 1인당 수입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동시에 소비자들의 지갑은 꽁꽁 얼어붙었다. 음식, 옷, 전자제품 가릴 것 없이 가격인하 경쟁이 붙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음식 규동은 보통사이즈의 가격이 10년 전 400엔에서 280엔까지 떨어졌고, 시부야, 신주쿠를 중심으로 모든 메뉴가 280엔인 이자카야도 생겨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화계와 음악 시장도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었다. NHK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의 72%가 기존 영화 관람료를 비싸거나 비싼 편이라고 답했다. 한화로 2만원에 가까운 일본의 영화 관람료는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비싼 쪽이다. 야마시타 토모히사의 싱글 <하다칸보->는 앨범 발매 전 선행 싱글인 탓에 낮은 가격이 책정되기도 했지만 525엔이란 숫자는 가격 인하 경쟁이 붙은 타 업계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근래 수년 일본 극장가는 호황이었다. 2207억 엔이 넘는 극장수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그 내면은 썩 좋지 못하다. 3D 영화의 높은 입장료가 수익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고 대중을 쫓아 제작된 이벤트 무비(TV 드라마의 영화화 혹은 히트한 영화를 드라마로 제작하는 식의 TV-스크린 연동 기획, <노다메 칸타빌레> 시리즈, <고쿠센> 시리즈 등을 일컫는 신조어)에 젊은 영화 팬은 사라진 지 오래다. 도호시네마의 가격 인하 결정 역시 “젊은 관객 유치”를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가격인하가 영화 고유 팬, 아이돌 고유 팬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란 말도 있다. CD 세대, 극장 세대에서 다운로드 세대, DVD 세대로 문화 시장 소비의 주축이 바뀌면서 음악과 영화 역시 특정 마니아 팬이 아닌 불특정 대중을 상대로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문화가 상품이 된 건 이미 오래 전 이야기지만 마니아 시장이 확고부동했던 일본에도 경제 불황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문화계를 엄습한 지금. 일본 문화의 판도는 어떻게 변할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