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특급 기술지원단200여 명 협력사 3000곳 방문 노하우 전수동반성장협·품질학교 등 파트너십 구축도
윤여철 현대·기아차 부회장(가운데)이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협력업체인 지이엔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내 토종 자동차부품기업은 규모나 R&D 측면에서 열세입니다. 현대ㆍ기아차가 도와준다면 품질을 높이면서도 비용과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이득이 될 것입니다."엔진부품을 생산하는 '인지컨트롤스'는 지난해 12월 현대ㆍ기아차 R&D기술 지원단이 방문했을 때 필요한 주문을 쏟아냈다. 현대ㆍ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인 이 회사는 그동안 R&D 부문을 강화하고 싶었지만 노하우나 개발비용 여력이 부족해 많은 애로를 겪어야 했다.이 회사 R&D 부문 김정식 이사는 "지원단에 이 부분을 언급했고 '적극 고려하겠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R&D 기술지원단의 지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기술지원단은 하루 종일 머물면서 기술 노하우를 전수했다. 다음주 지원단은 이 회사를 2차 방문한다.현대ㆍ기아차의 착한기업 전략은 3000여 개에 이르는 방대한 협력사 챙기기가 핵심이다. 1만개 이상의 부품 결합으로 완성되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현대ㆍ기아차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착한기업 실천을 위한 현대ㆍ기아차의 협력사 어루만지기는 퍼주기가 아닌 자립을 길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스로 생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방법은 다양하다. 협력사 R&D 기술지원단과 같은 사내 전담조직이나 동반성장협의회를 운영하는 것과 원자재의 안정적 구매, 기술 지원, 결제대금 적기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현대ㆍ기아차가 선택한 '협력사 R&D 기술지원단'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정도 소요되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고민을 들어주는 것조차 감사할 따름이다.기술지원단은 신차 개발시 협력사의 신기술 개발과 부품의 품질 확보를 위해 현대ㆍ기아차가 보유한 기술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장지원을 맡는다. 여기에는 40여 명의 상근 인원을 포함해 270여 명이 포함됐다.기술 이전은 일종의 '진보된 나눔'이다. 일방적인 베풀기인 '기부'와는 차이가 있다. 변하고 있는 착한기업의 정의가 반영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사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 상생품질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착한기업'을 실천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현대ㆍ기아차의 기술지원단은 이 같은 트렌드가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연구해온 이문규 연세대 교수는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는 판매자-구매자 관계(seller-buyer relationship)를 벗어나 이 세상과 사회를 더불어 사는 파트너 관계(partner relationship)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현대ㆍ기아차 협력사는 더 이상 하청업체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 바뀐 셈이다.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10월 상생협력 전략의 일환으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선언한 바 있다. 혁신 자립형 중소기업 육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생협력으로 다져진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협력사들이 글로벌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 나아가도록 돕기 위해서다.'협력사 품질학교'와 '협력사 업종별 지원 체제 구축'도 달라진 '도움'의 의미를 반영하는 제도로 꼽힌다.협력사 품질학교는 협력사의 안정적 품질관리 능력 배양을 위해 1ㆍ2차 협력사 품질담당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품질관리 전문가 양성과정이다. 교육은 실무자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을 다루게 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동반성장 아카데미는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급 및 업무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개발ㆍ제공하는 것으로 협력사 인재개발은 물론 성장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현장점검 활동도 강화했다. 지난 5~7월 현대ㆍ기아차의 연구소와 구매, 품질 부문 및 1차 협력사는 합동으로 품질ㆍ기술 지원 합동 TFT를 구성해 국내외 1282개에 달하는 2차 협력사를 직접 방문하는 현장점검 활동을 펼쳤다. 이어 같은 해 10월 말부터 12월까지 사장급 이상 전 경영층이 주 1회 1ㆍ2차 협력사 생산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보다 현장감 있는 동반성장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경영층의 협력사 방문은 올해부터 월 1회로 전환됐다.이외에 1차와 2?3차간 상생협의체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 지원도 있지만 동반성장을 하나의 문화로 구축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아예 동반성장을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자동차산업의 주요 원자재인 철판을 일괄 구입 후 협력사에 구입가격으로 공급해 주는 '사급제도'의 대상을 기존 1차에서 2ㆍ3차 협력사까지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협력사들은 철판 공급가를 기준으로 납품가격을 인정받게 돼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고 금융 유동성 안정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착한기업 활동이 보다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구매 대금 조기 지급도 착한기업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달 초 설 연휴를 맞아 협력사에 8500억 원 규모의 구매대금을 조기 지급했다.설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들이 일시적으로 많은 운영자금 지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구매대금 지급일을 당초 일정 보다 앞당겼다.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조치는 협력사의 경영 기반 안정화에 도움을 주고, 이는 경쟁력 있는 부품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최일권 기자 igchoi@ⓒ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