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김유신이 돌아왔다. 영화 '황산벌'의 속편인 '평양성'이 8년 만에 제작돼 오는 27일 개봉한다. 정진영은 황산벌 전투가 끝나고 여덟 살을 더 먹은 신라 김유신 장군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속 시간 변화처럼 실제로도 8년이 지나 돌아온 정진영이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속편을 만든다기에 처음에는 반대했습니다. 이준익 감독과는 서로 여과 없이 막말하는 사이라서 편하게 말했죠. 2003년 당시의 '황산벌'은 독특하고 기발한 콘셉트로 코미디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반전 메시지를 담기도 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 우려했어요. 사투리에 더 이상 기댈 수도 없잖아요."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정진영이 '황산벌'을 반대했던 것은 속편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었다. 원작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선택에 있어서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날카로운 비평을 할 테니 단점도 분명했다. 정진영은 제작 전 단계에서 '이게 맞는 길인지' 계속 의심하는 역할로 도움을 줬다."막상 영화가 들어간다고 하니 출연하지 않을 수도 없겠더군요. 김유신이 빠질 수 없잖아요. 시나리오를 보니 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 '평양성'은 영화 구조가 '황산벌'과 완전히 달라요. '황산벌'의 계백과 유신의 대립구조였다면, '평양성'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의 갈래가 있습니다."
정진영의 설명처럼 '황산벌'이 큰 이야기 하나로 끌고 가는 영화라면, '평양성'은 여러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영화다. 고구려에 포로로 잡힌 거시기(이문식 분)의 경험담이 있고 연개소문의 두 아들 남건(류승룡 분), 남산(윤제문 분)의 가족드라마도 있다. 여기에 나당연합군의 지략싸움과 암투도 있다. 영화의 구조가 확 바뀌면서 김유신의 캐릭터도 바뀌었다. 눈에 띄게 나이가 든 것은 보다 영화적 설정을 더하기 위해서다. '황산벌'에서는 전혀 코믹한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평양성'의 김유신은 산신령 같은 모습에 노망기도 있어 보인다. "김유신은 나이가 들었어요. 이젠 과거처럼 힘으로 상대방과 겨루는 사람이 아닌 거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근한 외모를 갖고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동화적인 느낌도 있고요. 눈썹은 조순 전 부총리처럼 만들자고 했어요. 실제로 김유신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내레이터처럼 여러 상황들을 툭툭 운반하는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MBC 드라마 '동이' 촬영이 '평양성'과 겹치며 한동안 그는 두 촬영장을 오가며 고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평양성' 촬영이 8월의 계속된 폭우로 인해 1달간 촬영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매니저도 없는 그가 대리운전 기사의 도움만으로 두 편의 사극을 촬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좋은 작품이라면 다시 이렇게 할 수도 있을지 물었더니 "다시는 못 한다"며 껄껄 웃었다.영화와 TV드라마를 오가며 많은 작품을 거친 그는 무척 편안해 보였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생각도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한때는 올곧은 지식인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백수 건달 역할 등을 거친 지금은 훨씬 다양한 이미지가 공존하는 모습이다.정진영의 다음 작품은 설 특집 TV드라마 '영도다리를 건너다'이다. 통통배 선장 역이라 머리도 안 자르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길렀다. 다음 영화는 독한 형사 역할로 등장하는 '독종'이다. '평양성' 홍보를 위해 오랜만에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8년 만에 김유신으로 돌아온 정진영의 마음은 신라를 지키려 했던 김유신의 그것과도 같을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대중문화부 고경석 기자 kave@대중문화부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