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2G통신사업 부패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양파’ 때문에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됐다. 시중 양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국민들의 분노까지 함께 치솟았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파를 비롯한 인도의 채소 시중가격은 1kg당 평균 35루피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80루피로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올해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특히 식품과 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채소가격까지 급등하자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양파 가격은 인도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역대 정부마다 양파 가격 조절에 실패해 지지율 하락 등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양파는 인도 음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채소 중 하나다.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채소류 수출을 전면 제한하는 한편 양파 수입관세를 철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앙숙인 이웃 파키스탄으로부터 양파를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수출한 물량을 되사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조치로 양파 도매가격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매업체들과 중간유통업자들은 여전히 웃돈을 얹어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 터진 ‘통신게이트’로 코너에 몰린 인도 정부는 ‘양파 파동’으로 인해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도 감사원이 지난 2008년 2세대 통신주파수 할당사업 입찰에서 일부 업체에 특혜를 주어 400억달러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입혔다고 밝히면서 청렴한 이미지로 지지를 얻은 싱 총리는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총리실은 양파 등 채소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농무부 등 유관부서에 지시했다. 아쇼크 굴라티 국제식품정책연구소(IFPRI) 아시아지역 담당자는 갑작스러운 채소 가격 급등의 원인은 “때 아닌 큰 비로 농작물 작황이 악화되면서 공급부족현상이 초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늦장대응은 마치 집에 큰 불이 나고서야 우물을 파는 꼴”이라면서 정부가 2개월 전부터 미리 호우에 따른 농산물 공급 대책을 마련했다면 이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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