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 대거 약진....오너가 친정체제 강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광폭 행보...구광모 LG전자 과장 승진 예상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올해 말 재계 인사에서 오너가(家) 2ㆍ3세들이 대거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는 행보가 뚜렷해지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생존 게임에서 신속하고 공격적인 책임 경영을 구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가오는 새해가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도 신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오너가의 약진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과 LS그룹이 오너 경영 체제를 강화한데 이어 현대차그룹과 SK그룹, LG전자 등 연말ㆍ연초 인사를 앞두고 있는 다른 기업들도 오너가가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해 9월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기아차로 경영 보폭을 넓혀 사실상 그룹의 '원톱'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하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을 당시 정의선 사장이 영입하는 등 기아차의 변화를 주도했다"면서 "내년에는 그룹 전반에 대한 정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4일께 그룹 인사가 예정된 SK그룹에서는 최재원 부회장(최태원 회장 동생)의 역할이 관심사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운명을 걸고 추진 중인 중국 진출과 사업구조 혁신에서 최 부회장은 주도적인 임무를 맡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최 회장을 도와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인사에서는 특별한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체제 강화를 위해 최 부회장이 SK텔레콤 대표에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룹측의 반응이다. 지난해 초 SKC 기획부문 과장으로 입사해 올초 차장으로 승진한 최신원 SKC 회장의 장남 최성환 차장도 이번 인사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오너가 승진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과장의 승진 여부가 최대 이슈다. 45년생인 구본무 회장이 더 이상 후계 문제를 미루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삼성ㆍ현대가에 비해 후계 구도 구축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깜짝 승진'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인수전에 사활을 건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역할이 주목된다. 입사 4년만에 상무와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지만 그룹이 비상상황인 만큼 모친의 싸움을 보다 적극적으로 거드는 중책이 주어질 수 있다. 한진그룹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무와 장남 조원태 전무, 차녀 조현민 팀장의 승진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조원태 전무는 이미 경영 승계 학습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 부쩍 대외 활동을 강화하는 조현아 전무와 조현민 팀장도 각각 부사장과 상무급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의 건강 문제로 현준, 현문, 현상 3형제에 일제히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다. 조현준 사장이 부회장, 조현문 부사장이 사장, 조현상 전무가 부사장으로 각각 한 단계씩 승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한화그룹은 비자금 수사 여파로 12월 중순 예정된 정기 인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차장이 최근 이웅령 코오롱 회장 모친 빈소를 찾는 등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을 보면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이달 말 정기 인사를 앞둔 금호그룹은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상무의 승진 여부가 주목된다. 박 상무는 지난 9월 인사에서 그룹 경영전략실에서 금호타이어로 전보 발령받았다. 중공업 부문에서는 두산그룹이 6월 정기인사로 관심에서 벗어난 가운데 동국제강의 오너가 약진이 눈길을 끈다. 내년 1월 3~4일 예정된 인사에서는 장세주 회장 동생인 장세욱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기대된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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