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16년분석]학력 격차의 양상과 만회의 포인트는?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십오지학(十五志學)'하고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15살이 되면 아이가 학문에 뜻을 두게 된다는 말인데 이런 옛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교육학자들은 13살 이전에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은 평생을 좌우하는 '학습 유전자'로 자리 잡는다고 한다. 게다가 13~15살 아이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가정환경 그리고 문화 변인은 아이들의 학업 성적과 진학 학교를 예상하는 데 중요한 예측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김성열)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지난 16년 동안의 수능 성적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활용해 학력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어떤 요인들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이런 종단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과 계층을 대표하는 '모델 학생'으로 올해 10살인 초등학교 3학년(성춘향ㆍ이몽룡ㆍ변학도)을 대상으로 이들이 앞으로 얻게 될 학업성취도와 수능성적을 최근 발표된 연구를 통해 예상해 보았다.◆ 통계로 본 모델 학생 3인의 성적 기대치는? = 모델 학생은 3명이다. 성춘향. 그녀는 서울 강남에 산다. 석사 학위를 가진 아버지는 금융계에 종사하고,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춘향이를 돌본다. 반면에 이몽룡은 비평준화 지방 중소 도시에 산다. 고졸 학력의 부모님은 별거 중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지만 직장 생활 때문에 함께 얘기 나눌 시간은 별로 없다. 변학도 학생은 읍단위 농촌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은 현재 거주하는 읍 지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것이 최종학력이다. 화목한 편이지만 경제적인 여유는 없다.통계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면 이들 가운데 춘향이의 성적이 월등할 수 밖에 없다. 춘향이는 좋은 조건을 충분히 갖춘 모델이기 때문이다. 강상진 연세대 교수의 '5ㆍ31 교육개혁 이후의 고교 간 교육격차 추세 분석'에 따르면 거주 지역이 대도시일 수록 수능 평균 점수는 높았다. 또 김민성ㆍ송경오ㆍ허유성 조선대 교수의 초ㆍ중ㆍ고 학생 학업성취 관련 연구는 부모의 학력, 사교육 여부 등도 학력에 영향을 준다고 입증하고 있다. 사교육과 관련해 춘향이는 부모의 경제력에 큰 도움을 받아 꾸준한 학업성취를 이뤄온 셈이다.여학생 프리미엄도 한몫 거들었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교육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지적이 있지만 수능 평균 점수는 꾸준히 여학생이 앞서왔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는 여학생이 각기 1점 내외로 더 높은 성적을 보인다. 수리 영역에서도 차이는 작지만 여학생이 미세하게 앞선다. 몽룡의 경우 비평준화 지역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95년 이래 고교 평준화 지역은 꾸준히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은 수능 평균을 기록하고 있다. 95년 무렵에는 영역별로 2점 가량 평균 점수에서 차이가 났고, 현재는 1점 내외의 차이가 발견됐다. 변학도 학생은 다소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읍면 지역은 영역별로 도시 지역과 크게 7점 이상 수능 평균 점수가 차이 난다. 95년부터 이어져 온 꾸준한 흐름이다. 강 교수는 읍면지역 일반계고 학생들의 평균점수는 도시지역과 비교할 때 하위권에 불과하며 읍면지역은 '교육복지국가' 건설에서 철저하게 장기간 소외되었다고 평가했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한 이들의 선택은? = 이들의 미래가 이미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인을 살펴본 연구들이 시시하는 바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통계 연구는 학부모가 학생과 충분히 대화하고 학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교장 공모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다.수학 성적을 분석한 김민성ㆍ송경오ㆍ허유성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초ㆍ중학교 단계에서는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ㆍ중학교에서 수학 성적 차이는 상당부분 성별, 부모 학력, 사교육 정도, 대화 정도 등의 조건이 영향을 미친다. 눈 여겨 볼 것은 '부모와 충분한 대화'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박도영 운천중 교사 역시 2003, 2005, 2007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을 통해 부모와의 대화 시간이 '학업효능감(학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큰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수학 과목의 성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고등학교에서는 '태도와 목표 의식'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고교는 우선 어느 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성적의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개별 학생들의 수업태도, 학습에 대한 목표의식, 공부시간 등도 학생 개인과 학교의 학업성취에 차이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이와 관련해 신선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과 반재천 충남대 교수는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 방과 후 학습 활동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3년에서 2008년까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분석을 통해 '학부모의 학교운영 참여 정도'가 학교급, 교과, 성취수준에 상관없이 의미 있는 효과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방과 후 학습활동의 경우 2009년도를 기준으로 할 때 EBS방송이나 교육청 제공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는 하루 평균시간이 길수록 영어와 수학 과목에서 학업성취도 결과가 높게 나타났다.고교 선택시 공모 교장이 이끄는 학교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교장공모제 학교의 학업성취도와 특성을 분석한 박수정 충남대 교수와 황은희 불곡중 교사는 일반계 고교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개 과목 모두에서 공모제 학교가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낮았고 국어, 사회, 영어 과목에서의 우수와 보통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한다. 특히 방과후학교에 대한 참여율과 만족도가 교장공모제 학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 성춘향, 이몽룡, 변학도 학생의 선택은? =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세 명의 학생들이 걸어갈 길을 예측해 볼 차례다. 역시 고교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강 교수와 김민성ㆍ송경오ㆍ허유성 교수의 연구는 모두 고교 선택이 학업성취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에 사는 춘향이는 다양한 형태의 특목고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외고의 경우 수능 평균 성적이 일반계고에 비해 언어 6점 내외, 수리ㆍ외국어 10점 내외 앞선다. 외국어고에서 중간정도의 성적을 가진 학생이 일반계 고교에서는 상위 16%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목고의 수능 평균은 국제고, 과학고, 외국어고 순이고 서로 간의 격차는 비교적 작다. 자립형 사립고 역시 2006년 이후 특목고 수준의 평균 점수를 보이고 있다.몽룡이 역시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 서열 학교로의 진학이 급선무다. 강 교수는 울산을 가장 대표적인 비평준화 지역 사례로 제시했다. 광역시 승격과 함께 평준화됐지만 당시 울산은 남학생의 경우 학성고ㆍ울산고ㆍ현대고 순으로, 여학생은 울산여고ㆍ현대여고ㆍ중앙여고ㆍ성광여고 등의 순으로 완벽히 줄 세워져 있었다. 거의 모든 학생이 200점 만점의 연합고사 성적으로 고교 서열에 따라 입학했다. 그 결과 당시 울산에서는 1, 2 순위 학교를 제외하고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진학이 거의 전무했다. 몽룡이가 상위권 고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가 몽룡이의 학교 생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또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노력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학도에게는 기숙형 공립고로의 진학이 가장 좋은 길이다. 강 교수는 읍면지역 학생들의 교육적 소외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군 단위 기숙형 공립고를 지정하는 것을 농산어촌 지역을 특별히 지원하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숙형 공립고가 해당 지역의 명문으로 부상하고 맞춤형 장학 제도가 경제적인 혜택까지 베풀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숙형 공립고 진학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을 생각하면 EBS방송 등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도 있다. 이밖에도 관련 연구는 사교육 뿐만 아니라 교사의 숙제 부여와 학습 시간 연장 등도 성적 향상에 충분히 기여함을 입증하고 있다.김도형 기자 kuerte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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