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땐 12척, 요즘 서해는 낡은 배 6척으로?

중국 어선 불법 조업 판치는데, 단속 당국은 15~34년된 낡은 배 6척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신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남아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면서 남긴 말이다. 원균의 패배로 수군의 세력이 위축되자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오라는 선조 임금의 권유에 '사즉생'(死卽生)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었다. 이후 이순신 장군은 왜선 133척을 무찌르는 명량대첩을 거뒀다. 그런데, 요즘 서해 앞바다에선 이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 날고 기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판을 치고 있지만, 단속을 나선 우리 측 배는 건조된 지 최소 15년 이상 된 낡아 빠진 어업 지도선 6척에 불과하다.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단속을 하지 못하는 등 손을 못 쓰고 있다. 1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중국 어선의 어구 훼손 및 탈취 등 불법조업에 따른 백령ㆍ대청 지역 어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꽃게 등 제철을 맞은 생선들이 서해 앞 바다로 몰려 들자 한꺼번에 수십여척의 중국 어선들이 기상 악화 및 야음을 틈타 연평도나 백령도, 대청도 동쪽 어장에 침입해 우리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어구를 마구잡이로 걷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달새 대청면 소속 어선 34척, 백령면 소속 어선 8척 등 42척의 어선들이 통발 197틀, 홍어 주낚 160바퀴 등의 어구를 훼손당했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2억7156만원에 달한다.어민들은 지난달 말부터 청와대, 농수산부, 인천시, 해경, 해군 등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뾰족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어민들은 또 정부와 중국 어정국 측이 "증거 자료를 내놔라"라는 요구를 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한밤 중에 몰래 바다 속에 있던 어구를 거둬가는 것을 촬영할 수도 없을 뿐더러 훼손된 어구는 대부분 바닷속에 가라앉아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정부나 중국 어정국 측도 잘 알고 있으면서 어이없는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옹진군이 1차적인 단속을 책임지고 있지만, 보유한 어업지도선 6척이 건조된지 최소 15년에서 34년이 지난 낡고 작은 배들이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서해 최대의 황금 어장인 '백령 어장'의 경우 NLL 남쪽으로 조업구역이 한정돼 있어 우리 어민들의 경우 조업구역 이탈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받는데 반해, 제3국인 중국 어선들은 마구잡이로 넘어와 불법 조업을 일삼는 것에 대해 정부가 무대응과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해상시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시 관계자는 "어민들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퇴치는 물론 파도가 높을 때에도 해군함정과 해경정의 지속적인 감시 단속을 통해 우리 어선들의 어구 손실 피해 등이 없도록 경계ㆍ경비업무를 철저히 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조만간 옹진군이 세부피해상황 조사결과 및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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