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설움..'전세가 사라졌다'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전세가 사라졌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부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전셋집을 '반전세' 형태로 돌리고 있다. 반전세는 전세와 월세가 섞인 방식으로 일반적인 월세보다 보증금의 비중이 높다. 그야말로 집 없는 세입자들의 설움만 커졌다.지난 2008년 10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20평형대 아파트를 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한 김지영씨는 최근 전세 보증금을 더 내지 않고 매월 60만원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2년 새 오른 전세금 상승분 1억2000만원이 월 임대료 60만원으로 바뀐 것이다. 김씨는 보증금을 높여 주더라도 가능한 전세로 재계약을 맺고 싶었지만 집주인은 월 임대료를 받는 반전세를 요구했다. 순수한 전셋집으로 이사도 고려했지만 인근 지역 물건 대부분이 반전세 형태로 나와 있어 결국 반전세 계약을 맺었다. 강서구 가양동 가양6단지에 거주하는 오경원씨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11월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요즘 전셋집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현재 전세금 1억원에 살고 있는 집을 다음달부터 기존 전세금 1억원에 월 25만원을 더 내는 조건으로 재계약하자고 집주인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2년전 1억원이었던 22평형대 아파트 전세금이 최근 1억3000만~1억4000만원으로 올랐다"며 "오른 전세금도 부담되지만 순수한 전세 매물을 찾기도 어렵다"며 혀를 찼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가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매매 대신 임차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빚어진 사회현상이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집주인들이 월세 임대를 선호하게 한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세금까지 껑충 뛰자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반전세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문제는 내년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대란이 우려된다는 데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물량은 올해 14만3014가구에서 내년 6만8298가구로 2분의 1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금이 강세를 보인다면 반전세 물량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내년에는 전세물량이 더욱 부족하다"며 "현재 서울 송파구, 판교 등 전세금 강세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반전세가 확대되면서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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