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대기업마다 신입사원 채용광고를 큼지막하게 낸다. 취업희망자들이 몰리고, 신문과 방송은 치열한 경쟁률을 알리느라 바쁘다. 큰 그룹은 몇 천명씩 뽑고, 웬만한 곳도 수백명씩 새내기 사원을 선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업이 일자리 만들기의 주역이라고 믿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알고 보니 빈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회복기에도 대기업의 일자리가 늘기는 커녕 줄었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일자리 늘리기의 주역은 오히려 중소기업이라고 한다.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이 '300만명 고용창출위원회'까지 만들어 규제완화 등 갖가지 요구를 하고 있는 터에 대기업 일자리가 줄었다니 어리둥절할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취업자는 192만9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7%, 7만3000명이 줄었다. 감소세는 처음이 아니라 올 1월 이후 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40만명 가까이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대기업의 일자리 감소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에 비해 종사자 5~299명 규모의 중소기업 취업자는 지난달 1247만5000명으로 작년 8월보다 3.9%, 47만명이나 늘었다. 대기업 감소분을 포함한 취업자 증가세를 중소기업이 주도한 셈이다. 정부는 올해 국정목표의 최우선을 일자리 창출로 잡고 대기업의 각별한 역할을 여러 번 당부했다. 대기업들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들은 그러한 약속을 믿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요란한 말 잔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효율성, 생산성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위기 때도 고용을 유지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도 대기업의 고용감소는 석연치 않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거액의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일자리는 줄어드는가. 정부와 대기업은 이 같은 상식적인 의문에 정확히 답해야 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전체 감소인력과 신규 채용인력 규모를 공표하고, 순증기준 일자리 창출 실적을 내놔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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