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한국예탁결제원(KSD·사장 이수화)이 업무 혁신을 위해 4년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시스템이 설계와 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400억원 넘는 비용과 200명 이상의 인원이 동원된 대규모 시스템 구축 작업인만큼 자본시장 참가자들의 니즈(needs)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포부다. 차세대시스템은 핵심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ㆍ혁신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시스템에 맞춰 구축하는 시스템을 통칭한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수 있고 새로운 채널과의 연계도 쉽다.◆차세대시스템 구축의 의미=한국예탁결제원의 차세대시스템 개발은 지난 2007년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9년 구축돼 예탁결제원을 이용하는 증권사 및 은행 등 100여개가 넘는 금융기관을 연결하던 IT시스템인 SAFE(유가증권과 증권결제 및 권리행사 관련 자금관리를 위해 개발)가 점차 노후화되면서 각종 문제점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참여자와 거래대금 등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처리용량이 부족해 시스템이 불안정했을 뿐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돼 다양한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 시스템 자체의 유연성이 떨어져 속속 등장하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수용하기도 쉽지 않았다.이에 예탁결제원은 고객들의 요구와 자본시장 변화를 고려한 새 판짜기에 들어갔다. 4년여의 준비를 거쳐 이제 테스트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작업이 내년 2월 최종 완료되면 주요 서버의 용량은 최대 5배까지 증가하게 된다. 시스템 업무처리 용량은 기존의 시스템과 비교해 220%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예탁결제원 차세대시스템 추진단의 설명이다.◆차세대시스템이 가져올 변화는?=예탁결제원은 차세대시스템을 만들면서 네 가지 목표를 세웠다.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구현하고 ▲국제적 정합성을 갖춘 글로벌 시스템을 마련하며 ▲고성능ㆍ저비용의 시스템을 만들고 ▲전자증권제도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우선 이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편의에 맞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기존에 분리해 운영하던 두개의 시스템(SAFE와 e-SAFE)을 통합하고 유저 인터페이스(UI, 사용자들이 시스템을 이용할 때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령어나 기법)를 더욱 편리하게 바꿨다. 기존에 종류별, 업무별, 시스템별로 나뉘어져 있던 업무처리 화면을 사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화면을 스스로 편집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시스템에서 7190개이던 화면은 차세대시스템에서 약 3110개 화면으로 줄어들어 더 쉽고 간편하게 원화는 화면을 찾을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다.신종 금융투자상품을 신속하게 시스템 안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용체계도 마련됐다. 단기사채(기업들이 단기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던 CP를 대체하는 단기금융상품)를 시발점으로 확산될 전자증권제도에 대한 준비도 시작했다. 일단 모든 증권이 실물로 발행되지 않고 전자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행회사와 증권발행 관련 각종 문서를 온라인화한다. 이로써 발행회사 담당자의 업무부담이 줄고 증자, 배당금, 의결권 등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밖에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고 전자 팩스 시스템, 전사 포털시스템 등 부가서비스도 도입한다.◆4년간의 준비…그간의 땀방울=국내외 금융기관을 연결하며 총 4300여명의 금융기관 종사자가 이용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해 예탁결제원은 총 23개월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에 예탁결제원 임직원, 외부 IT업체 관계자, 컨설팅 담당자 등 200명 이상이 동원돼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어 왔다. 하루에도 수십조원의 자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시스템이 조금만 삐끗해도 시장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긴장감도 대단했다.분석과 설계-개발-통합테스트-사용자테스트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과정에서 예탁결제원 차세대시스템추진단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차세대시스템추진단은 시스템 개편을 위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의 첫발을 뗀 2007년 7월부터 100여개 이상의 고객사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그동안 접수됐던 고객 불만도 다시 한번 검토했다. 고객들의 적극적 참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고객제안 공모 페스티벌을 열었고 증권 은행 자산운용사 발행회사 등 각 분야별 고객 별 인터뷰를 따로 진행해 의견을 모았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수시로 워크샵을 개최해 고객들에게 차세대시스템의 구축 현황을 설명하고 고객용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소통도 시도했다"며 "뉴스레터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차세대시스템에 대해 알리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 내에서 실제 차세대시스템을 이용하게 될 직원들과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위해 외부에서 파견 나온 개발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예탁결제원은 현재 내년 2월7일 오픈을 목표로 통합테스트를 두달 째 진행 중이다. 오는 9월부터는 고객 테스트(증권 은행 자산운용사 등 특정 고객들과 진행)를, 12월부터는 전면적 사용자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솔 기자 pinetree1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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