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가 사라졌다'…대전 도마큰시장의 작은 '기적'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연 72% 고금리 물리던 사채업자들이 1년만에 시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감격하며 말을 잇는 손중달 도마큰시장 상인회장의 눈가에는 슬몃 눈물마저 어려 있었다. 대전 도마큰시장이 지난 해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부터 2억원의 출자금을 교부받아 연 4.5%의 저금리로 상인들에게 빌려 준 지 1년, 시장에서 일수업을 하던 10명 내외의 사채업자가 사라지게 됐다. 시장 물정을 잘 모르는 외부 사채업자가 가끔 일수 명함을 남겨놓고 갈 뿐, 매일 새벽마다 셔터 문을 열면 십수개씩 꽂혀 있던 일수 명함이 어느새 사라졌다며 손 회장은 감회에 젖었다. 도마큰시장은 500여개의 점포를 지닌 대전 서남부 최대의 단일시장으로, 이 시장 상인들은 그동안 연 72% 수준의 고금리를 물리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려 왔다. 상인들은 매일 피땀 흘려 번 돈을 대부분 수수료와 이자로 내며 빈곤에 시달려 왔지만, 매번 제1금융권의 높은 문턱에서 좌절하고 사채에 의존해 왔다.

"이전에는 일수 명함이 이렇게 쌓여 있었습니다."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중인 손중달 상인회장.

하지만 지난해부터 연리 4.5%의 낮은 금리로 500만원 가량의 사업자금을 빌려 주는 미소금융이 시작되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100만원을 빌릴 때마다 하루 이자가 수수료까지 합해 1만2000원에 달해 허리가 휘청였지만, 이제는 100만원을 빌릴 때마다 하루 120원만 물면 된다. 하루 이자 부담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채업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고자세로만 나왔던 제1금융권 은행들도 몸을 낮췄다. 최근에는 한 시중은행의 은행장이 상인들을 직접 찾아와 무담보로 5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저리로 사업자금을 대출해 주면 못 갚고 연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자의 이런 걱정에 손 회장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총 7억4400만원을 대출해 줬는데 회수율이 100%에 달합니다. 만에 하나 생겨날 수 있는 부실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상인회 자금으로 1억원 당 500만원씩 적립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처음 미소금융 자금이 시장에 들어올 때는 상인들의 반대도 많았다"운용 잘못 했다가 망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반신반의하던 상인들도 이해합니다. "상인들의 미소금융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사채업자들에게 높은 이자와 수수료를 뜯겼던 상인들은 같은 돈을 이렇게 싸게 쓸 수 있다는 데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미소금융에는 사각이 있다. 미소금융에 부실이 생기면 지방자치단체와 상인회, 미소금융중앙회가 이 부실을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소금융 조건에 맞지 않는 소외계층에게는 대출이 이뤄지기 힘든 것. "상인 중에서도 신용불량자가 있지만, 이들은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다 보니 그렇게 된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손 회장의 대답이다. 신용불량자인지 아닌지 여부를 신경쓰지 않고 재활가능성과 성실성 등 그가 그동안 봐 온 이웃의 미덕을 중심으로 대출을 진행한 결과, 도마큰시장은 미소금융 전국 최우수 운용점으로 선발됐다. 내 이웃이 보증을 선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인간적 설득을 한 결과였다. 그리고 25일 도마큰시장은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직접 추가 지원금 1억원을 교부받았다. 그동안 우수한 연체 관리와 꾸준한 대출 실적을 중앙재단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도마큰시장에 소액대출자금 1억원을 추가 전달하는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미소금융 전도사'인 김승유 회장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마큰시장의 사례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던 미소금융의 표본이다. 열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장과 이웃을 잘 알고, 인간관계에 환한 현지 인력이야말로 미소금융 성공의 핵심이다."1억원을 받은 손 회장과 시장 상인들의 눈빛에는 새로운 희망이 깃들었다. 조금만 늦어도 사채업자들로부터 추심을 받고 은행들에게 면박을 당하던 시장 상인들이 이제는 이자 걱정 없이 마음껏 물건을 팔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금만 늦어도 인정사정 없이 달려들던 사채업자들이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미소금융대출은 정말 고마운 돈입니다."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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