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들 '분양가 할인 혜택 소급적용해야', 건설사 '자금 부담 크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분양가가 6개월만에 5000만원이나 떨어졌다. 늦게 계약한 사람들은 분양가 할인에다 무이자 대출까지 조건도 더 좋더라. 이거 가만히 앉아서 돈 날리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일찍 계약했다는 후회까지 든다"(경기 용인시 D아파트의 한 입주민)"다 지은 아파트를 미분양 상태로 두면 그만큼 손해다. 분양가를 추가로 내리더라도 더 많은 입주민을 유치하는 게 낫다. 그러다보니 기존 입주민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과 입주민들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분양가할인, 임대전환, 무이자 혜택 등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속속들이 내놓자 혜택의 대상이 되지 못한 기존 입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입주민들의 항의는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달 대구 수성구의 S아파트 입주자비상대책위원들은 해당 건설사의 사옥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을 찾아 연일 시위를 펼쳤다. 경기도 일산의 J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소속 주민 1000여명 역시 8월 입주를 앞두고 분양가 인하 등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광주 수완지구에서는 G아파트 기존입주민들이 분양가 특별할인에 반발해 비슷한 문제에 처한 인근 지역 아파트 단지와 연계해 연대 집회를 펼칠 뜻도 내비추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 달서구 대천동 T업체는 준공 후 1년이 넘도록 입주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최대 22% 분양가 할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기존 계약자들이 할인분양 계약자들의 입주를 저지하기 위해 아파트 입구를 봉쇄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이처럼 입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건설사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업체는 4000만~4500만원 정도 분양가를 낮춘 것에 대해 기존 입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자 최초 입주민들에게도 2000여만원을 보상해줬다. 한 가구당 300~4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업체도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다른 입주민들이나 인근 단지와 분양가를 비교해가며 인하 요구를 하면 해당 사업지를 찾아가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며 "입주민들의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부분도 제한적이다. 이미 조경이나 발코니 등 시설 업그레이드도 실시돼 있는 곳이 많아 추가 조치 취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입주민은 "업체에 항의 전화했더니 백화점 세일했다고해서 먼저 산 소비자한테 돈 돌려주는 거 봤냐고 하더라. 백화점 물건과 아파트는 금액 면에서 비교대상이 안된다. 집 하나 장만하려고 애써 돈 모았는데,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있는 이웃이 몇 천만원이나 싸게 입주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나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라 말했다.건설사들이 일정 수준의 보상을 한다하더라도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업체들이 최초 입주민들의 할인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분양가 납부시기를 연장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미 계약을 한 상황이라 이 역시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 달 수원지법 민사합의8부는 경기 수원시 매탄동 e편한세상 입주예정자 282명이 비싼 분양가에 대해 수원시와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반시설 조성으로 건설원가가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분양가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해 구매했기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지난 21일에도 광주 고법은 광주 남구 진월동 고운하이플러스 입주자 79명이 낸 소송이 기각됐다. 이들 입주민들은 고운 종합건설이 LH공사에 임대주택용으로 아파트를 매도해 집값이 하락했다고 항의했으나 재판부는 "임대주택용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았더라도 가격이 하락했을 것"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이같이 입주민과 건설사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상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할인한 곳에서 모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어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 입주가구가 적은 경우는 분양가 할인 등을 소급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단지는 미분양을 그냥 놔두기에도, 소급적용하기도 자금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시장이 워낙 침체기이기 때문에 입주민들과의 갈등도 깊어지게 됐다"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명확한 해결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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