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이 있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사망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국가 안보에 써달라며 편지와 함께 1억원의 성금을 전달한 게 그것이다. 아무런 얘기도 없이 1억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청와대 안보특보에게 맡겼다. 윤씨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통령님, 1억원은 비록 적은 돈이지만 우리 영해와 영토를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안보만큼은 하나가 된 목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참여연대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ㆍ미국 뉴욕 한인청년단체 '노둣돌' 등 이른 바 시민단체들이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윤씨의 행동에 가슴 뭉클해하던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고, 사회는 깊은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보수와 진보 세력간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고, 검찰이 서한 수사를 검토하고 있어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를 내도록 열심히 뛰어 다닌 정부는 맥이 풀린 모습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우리나라에서 정부나 다수 국민이 의견이 다르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또 의견을 낸다고 해서 법으로 처벌하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보다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더욱이 안보리에 서한을 보낸 과정도 이해하기 힘들다.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의혹이나 의문이 있었다면 정부나 민군합동조사단에게 먼저 해명을 요구하거나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었다.그럼에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그때 정부 등에 통보를 하고 안보리 서한 발송 등 다음 단계를 밟았어야 그나마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직접 안보리에 서한을 보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참여연대가 얻을 게 무엇인가.윤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의 통곡은 커지고, 대립과 분열은 심화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과연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 적절한 일의 순서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이승국 기자 ink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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