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 맞아 성공한 '책벌레 CEO' 눈길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손종호 LS전선 사장은 늘 손에 책을 들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 매달 열권 이상의 책을 읽는 소문난 '책벌레'인 그가 요즘은 그린 비즈니스 관련 서적에 푹 빠졌다. 책 속에 담긴 글과 대화하면서 친환경 사업 추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손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북 카페를 열고 매달 2~3권의 추천 도서를 직접 올린다.#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구학서 신세계 회장은 정기적으로 임원들에게 다독(多讀)을 강조한다. 가끔 권장할 만한 책이 있으면 자필을 담아 선물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지식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하지만 '회장님의 선물'은 곧 숙제다. 책을 받으면 정독을 하고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회장과 함께 한 어떤 자리에서 언제든지 책 이야기가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표적인 기업인들은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쓰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글 속에 녹여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써 공유하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주위 찬사를 받기 충분하다는 평이다. 지난해 어려웠던 시기 유독 CEO들의 서적 발간이 많았던 것은 긍정의 힘을 널리 전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세계 책의 날인 23일을 맞아 '책벌레형' 최고 경영자(CEO)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성공한 CEO들의 공통분모가 책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 경영의 지혜를 찾거나 위기 돌파구를 모색할 때 책과 씨름하는 경우가 잦다. 책 속에서 지성과 감성을 익히고 자신만의 경영 철학에 접목한다. 책 속에서 경영의 길을 찾는 셈이다.◆추천하고 선물하고..'소통 경영' 매개체 = 임직원과의 공감대 형성 등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책을 이용하는 일은 흔하다. 한 해 200여권의 책을 읽는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CEO 추천 도서' 코너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CEO 추천 도서 코너는 이 사장이 직접 읽은 책 가운데 인상 깊었던 작품을 소개하는 곳이다. 경영ㆍ경제, 역사ㆍ지리ㆍ문화, 취미ㆍ패션ㆍ재테크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추천하는데 지난해 7월 '역사 한 잔 하실까요?'를 시작으로 총 192권의 책이 소개됐다.최근에는 우주, 물리학 등 창조적 시각을 넓히는 서적에 '필이 꽂혀 있는' 그는 '나를 변화시키는 지저스 코칭', '생존, 그 이후를 준비하는 한국 기업의 성장 과제' 등을 읽은 뒤 추천 도서에 올렸다. 평소 이 사장은 "경영층과 구성원 간 소통과 공유가 이뤄져야 하는데 독서가 그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임직원들에게 책을 직접 선물하는 CEO들도 많다. 대부분 책 속에서 업무의 해답을 찾아보라는 뜻을 담은 선물이다.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 다보스 포럼에 다녀온 뒤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임원들에게 나눠줬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경영의 미래'를, 김신배 SKC&C 부회장은 'Making Rain'을, 박장석 SKC 사장은 '365일 매일 읽는 리더의 한 줄'을 각각 임원들에게 선물했다.박광업 웅진케미칼 사장은 지난달 팀장급 이상 임원들에게 2권의 책을 줬다. '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와 '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 등이 그것이다. 이들 책은 성공 기업의 패러다임을 소개하면서 꾸준히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웅진케미칼 관계자는 "종종 임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한다"면서 "제조 업체인 만큼 현장을 중시한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서적을 위주로 추천한다"고 전했다.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직원들에게 '맞춤형 책 선물'을 즐겨한다. 여성 직원에게는 여성 리더십에 관한 책을 선물한다. 책을 받는 직원들은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긍정의 힘 전파하는 '행복 바이러스' = 해외 출장이 잦은 CEO들은 짐을 챙길 때 기간에 맞춰 책을 넣는다. 독서광인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해외 출장이 잦아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책 3~4권을 꼭 챙긴다. 다녀온 뒤 인상 깊은 책은 직원들에게 추천한다. 지난해 가을 그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추천한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는 '연금술사' 열풍이 불기도 했다.글을 읽는 것 뿐 아니라 쓰는 것도 좋아하는 조 사장은 지난해 10월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를 출간했다. 책 속에는 코트라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피부로 느낀 이야기를 그 만의 특유의 쉬운 문체로 담았다.조 사장 외에 지난 한 해는 성공한 CEO들의 서적 발간이 유독 많았다. 금융위기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 직접 책을 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중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위기를 딛고 오늘의 웅진을 만든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 책으로 정리하고 싶다고 늘 말해 왔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를 내 인기몰이를 했다. '장수 경영의 지혜'를 발간한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많은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좌절감과 패배감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꼴찌 기업 홈플러스를 4년 만에 업계 2위로 성장시킨 주역 이승한 회장도 '창조바이러스 H2C'를 써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창조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평을 받는다.김혜원 기자 kimhy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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