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걸쳐 29대만 생산..V12 엔진에 720마력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22억680만원짜리 페라리 599XX가 등장했다. 기술적으로 역사상 가장 황당무계한 차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차는 절대로 레이스에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절대로 도로에 나가서는 안 된다. 아주 소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실물을 볼 기회는 거의 없다. 앞으로 2년에 걸쳐 겨우 29대를 만든다. 그런데 599XX를 황당무계하다고 몰아붙인다면 핵심을 완전히 놓치게 된다. 실제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차는 지금 페라리가 개발하고 있는 수많은 기술의 살아 숨 쉬는 바탕이다. 이 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R&D 프로그램의 핵심. 그마저 밀실이 아니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술면에서 페라리가 현재와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날카롭고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래차의 개발에 있어 가능성의 한계를 어디까지 밀고 나갈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한계를 두 배나 뛰어넘는다. <strong>V12 엔진에 720마력</strong>경이적인 599XX가 자랑하는 숱한 사실과 업적 가운데 뚜렷이 부각되는 하나가 있다. 극히 파격적인 사실 하나. 599XX는 페라리 테스트 트랙 피오라노를 엔초보다 꽉 찬 10초나 앞선 랩타임을 과시했다. 이론적으로 XX는 정규적인 앞엔진 뒷바퀴굴림 GT로 미드십 엔진의 엔초와는 다르다. 실로 자지러질 업적이 아닐 수 없다.
XX에는 F1 패독 바깥을 돌아다닌 어떤 차보다 F1 기술을 많이 담고 있다. 그에 비춰 V12 엔진은 내부를 ‘비상하게 다듬었다.’ 나아가 밖에는 새로운 티타늄 배기관을 달아 파워를 9,000rpm에 720마력으로 끌어올렸다. 그마저 전체적인 맥락에서 곁가지로 보인다. 토크는 6,500rpm에 69.7kg·m이고, 무게는 1,430kg로 내려간다. 599XX는 다른 레귤러 양산 페라리와는 전혀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엔진도, 난폭한 성능, 나아가 저항감소형 슬랫(사내에서는 도넛이라 부른다)을 갖춘 신형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도 아니다. 오히려 믿기 어려운 신형 전자 운전 보조장치와 미래주의적 공력 패키지. 둘이 조화를 이뤄 매서운 고속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22억680만원짜리 720마력 1,430kg 페라리 599를 모는 기분은 어떨까. 이 차는 르망 경주차의 다운포스에 2007년형 F1카의 운전보조장치를 갖췄다. 페라리의 새빨간 오버올을 입은 구경꾼들이 피트레인에 빽빽할 때 더할 수 없이 짜릿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신경이 곤두선다. 한데 이상하게도 사운드는 그처럼 섬뜩하지 않다. 페라리가 XX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감흥이 바로 그것이다. 지극히 극적이며 요란하고, 정신이 아찔할 만큼 빠르면서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사실은 완전히 그 반대. 직선코스에서 XX는 감각과 사운드가 거의 불가능한 정도로 빠르다. 3단에서 너무나 깔끔하고 빨리 회전대가 올라 레드라인을 치고 올라가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언뜻 지나가는 1단이나 2단을 무시해야 한다. <strong> 코너에서는 전자 안내</strong>하지만 XX가 딴 세상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섀시와 다양한 공력 및 전자보조장치. 일단 코너에 들어가면 전자안내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전자장치가 개입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아 놀랍다. 코너를 겨냥하면 급커브에서 언더스티어 기미를 보일 뿐 나머지는 중립적이다.
카메라맨이 좋아하는 크고 극적인 것이 아니라 기록 작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작고 능률적인 동작. 720마력을 옆으로 밀어붙일 때 으레 따르는 공포는 전혀 없다. 실로 딴 세상의 운전 경험을 연상시킨다. 이전에는 결코 있어 본 적이 없고, 행운의 소수가 즐길 체험이다. F1카를 제외하면…. 게다가 차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되면 페라리가 덤으로 주는 특혜를 명심해야 한다. 한 해 두 차례 무료 트랙 테스트 행사가 있고, 완전한 기술지원을 한다. 게다가 즐거운 연말 행사 참석권을 준다. 그러면 페라리 개발 드라이버가 된다. 하지만 솔직히 그 차와 그에 따르는 운전 경험만으로도 무상의 가치가 있다. 그 밖의 것은 보너스일 뿐이다.기사 제공 : 월간 오토카코리아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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