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상기자
태권도복을 입고 졸업식을 갖고 있는 서산 가사초등학교 학생들.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충남 서산 가사초등학교 강당.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허리엔 검은 띠를 두른 초등학생 12명이 단상 앞에 줄지어 섰다. ‘빛나는 졸업식’을 갖기 위해서였다. 충남 서산 가사초등학교(교장 우종윤)가 지난 10일 태권도 유단자 학생들의 ‘이색 졸업식’을 가져 화제다. 12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 재학생 90명 중 졸업생은 13명(남 9명, 여 4명). 이 가운데 지난 2학기에 전학 온 1명을 빼고 모두 태권도 1품, 2품을 딴 유단자다. 우 교장이 태권도복을 입은 졸업생들에게 준 단 띠엔 졸업생 이름과 가르침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졸업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졸업생들이 태권도 품을 따도록 하기 위해 이 학교 여선생님이 지난 1년간 태권도를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가사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면서 2008년 통·폐합 대상 학교로 폐교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해 3월 이 학교로 온 우 교장은 태권도교실을 열어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태권도를 통해 학생들이 몰려들게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담당교사가 정해지고 학생들의 맹연습이 거듭됐다. 차츰 실력이 늘어 유단자들이 태어났고 학교도 활기를 띄었다. 우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전교생 모두가 검은 띠를 매고 졸업토록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낼 수 있었다. 졸업생들 중엔 가사초등학교의 태권도 교육을 받고 싶어 전학 온 학생들도 있을 만큼 유명세를 탔다. 이 학교는 1년 만에 학생이 배로 늘어 2008년 12월 44명이었던 학생이 90명으로 불었다. 내달엔 110명으로 는다. 내년 1학년 입학생까지 벌써 예약이 차있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학교’로 상황이 바뀌었다. 한편 졸업식엔 재학생들이 바이올린과 플루트로 행사음악을 연주했다. 이 또한 특기교육의 하나로 평소 무료로 배운 학생들이 장기를 한껏 발휘한 것이다. 졸업장도 종이가 아닌 패로 주어졌다. 하마터면 이날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을 뻔했던 서산 가사초등학교가 모두 오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지역의 명문 배움의 터로 거듭나고 있다.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