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 모습을 드러낸 KTX-Ⅱ. 코레일은 올해말부터 이 열차를 호남선에 배치해 운행할 예정이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1일 오전 10시45분 KTX-Ⅱ가 눈발을 헤치고 위용한 자태를 드러냈다. 눈발을 헤치고 들어오는 KTX-Ⅱ는 1급수를 휘젖는 산천어를 연상케 했다. 이어지는 10량의 바디라인은 둥글게 빠져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 했다. 알루미늄 압출재 소재의 차체도 350km/h로 달리는 KTX-Ⅱ를 더욱 가볍게 했다. 차창엔 눈이 부서졌다. 달리면 달릴수록 바람의 저항은 거세기만 했다. 하지만 KTX-Ⅱ는 천천히 속도를 올렸다.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조용하고 부드럽게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달렸다. 터널 안을 달릴 때면 귀를 먹먹하게 했던 이명감도 없었다. 차는 질주했고 승객은 편안했다. "KTX-Ⅱ는 한국형 고속철의 희망이다. 프랑스에서 구형 TGV를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한 KTX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열차다. 2004년 4월 KTX의 첫 운행을 시작한 후 코레일은 승객들의 불편사항을 조사했고 KTX를 통해 개선해왔다. 하지만 완성본은 KTX-Ⅱ에서 구현했다."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KTX-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KTX-Ⅱ는 KTX와 달랐다. 먼저 좌석이 회전됐다.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승객들을 유치해야 했던 KTX와는 판이했다. 의자간격은 930mm에서 970mm로 늘었다. 5cm의 작은 변화가 독립된 나만의 공간을 공간을 연출했다. 차량 전체적으로는 20량이 기본인 KTX와 달리, 10량을 기본적으로 편성했다. 동력차 2량과 일반석 6량, 특실 1량, 스넥카 1량 등으로 구성했다. 이에 KTX-Ⅱ는 주중 평균 승객수가 적은 호남선에 투입되면 에너지 절감은 물론, 운영 주체의 사업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역에 모습을 드러낸 KTX-Ⅱ. 코레일은 올해말부터 이 열차를 호남선에 배치해 운행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다음달 2일부터 경부선 서울~부산 구간에 1일 4회, 호남선 용산~광주·목표 구간에 1일 4회 KTX-Ⅱ를 운행할 계획이다. 또 4월1일부터는 호남선 용산~광주 구간에 1일 4회가 추가 운행될 예정이다. 이후 코레일은 연말까지 13편성, 내년 상반기까지 5편성을 단게적으로 도입해 수송수요 등을 고려해 전라선, 경전선 등에 확대 운행할 방침이다. 열차는 천안을 지나 대전으로 향했다. 기존 KTX와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하지만 KTX-Ⅱ가 본격 도입되면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경부선의 경우 동대구에서 밀양 구간은 KTX가 신구간인 동대구에서 울산을 지나 부산으로 가는 구간은 KTX-Ⅱ가 운행된다. 코레일은 이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시간40분께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요금이다. 현재 오는 23일부터 KTX-Ⅱ의 예매가 시작된다. 하지만 요금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코레일측은 KTX-Ⅱ의 개발비 등을 고려해 기존 KTX 요금의 5% 가량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KTX-Ⅱ의 경우 기본 열차량이 10량으로 줄어듦에 따라 좌석수가 약 21% 줄어들었다. 또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면서 부채도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적절한 요금을 받아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코레일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공공요금의 성격을 가진 철도요금을 올릴 경우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국민의 부담만 가중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하반기까지는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다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간 협의를 통해 공공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허 사장은 "KTX-Ⅱ의 요금은 여론을 반영하고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민이 걱정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열차가 도착하자 눈발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열차에 내리자 바람이 내리쳤다. 이 바람을 뚫고 최고속도 300km/h로 달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KTX-Ⅱ는 그야말로 현 정부가 강조하는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저탄소 녹색교통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상징을 만들기 전에 국민의 마음부터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 명절을 맞아 일찌감치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행렬이 대전역에 이어졌다.
KTX-Ⅱ의 가장 큰 특징은 역방향 좌석이 없다는 점이다. 특실에 있는 1인좌석마저도 원하는 대로 회전할 수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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