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신종플루가 코너를 돌았다. 불과 몇 주 전과 비교해도 전혀 다른 양상이다. 감염자수가 폭증하는 것도 그렇고, 건강했던 사람이 사망하는 추세도 예사롭지 않다. 신종플루와 인간과의 진짜 대결은 이제부터다.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지만 "손만 잘 씻으면 되겠지"보단 약간 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앞으로 한 달, '걸리지 말고 퍼트리지 마라'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11월 한 달이 신종플루 1차 유행의 고비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의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만들어놓은 신종플루 대유행 지침에 따르면, 대유행은 8주간 지속되며 4-5주째 되는 2주간 최고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하루 평균 6600명이 병원에 입원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보다 2주 뒤인 6-7주 때는 사망환자가 최고치를 기록한다. 주당 2만명 정도가 사망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다만 이 수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단순 계산법에 의한 것이므로, 수치의 정확도보단 추세를 예측하는 잣대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한편 신종플루는 앞으로 한 달 정도 확산세를 유지하다, 12월 초나 중반에 이르러 한 풀 꺾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27일 시작된 백신접종의 효과가 한 달 후인 12월 초부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환자 폭증세의 진앙지인 초중고교 학생을 포함, 대다수 국민이 12월까지는 백신을 맞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위생과 건강관리를 통한 예방만이 살 길이다. 독감 증세가 나타나면 일선 병원을 찾아 적극 치료한다. 거점병원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타미플루도 바로 처방해준다. 자신이 감염된 게 신종플루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최근의 기침, 발열, 콧물과 같은 증상은 거의 대부분 신종플루다. 증상이 나타나면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전염을 막아주는 게 서로를 돕는 일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종플루에 걸린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기침을 할 경우 감염률은 50%에 달한다. 바이러스가 묻은 물건을 만진 후 자신의 입이나 코, 눈에 손을 댈 경우의 감염률도 31%다.
◆건강한 사람도 위험?…고위험군이 여전히 고위험이번 플루의 특징 중 하나는 비교적 젊은층의 피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 자료를 보면 미국 내 전체 사망자의 88%가 65세 미만이었다. 25세 미만도 25%나 됐다. 일반 계절독감과 정반대 양상이다. 계절독감 사망자의 90%는 65세 이상이다. 우리나라 신종플루 통계 역시 유사하다. 확진자 중 30세 미만이 90%를 넘는다. 60세 이상은 1%에 불과하다. 사망자의 경우 65세 이상 15명, 그 이하가 18명이다. 최근 들어 젊은 사망자가 잇달아 발생하며 수치가 역전된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속칭 고위험군이냐 아니냐로 보면 28:5로 고위험군이 아직 많지만, 건강한 사람의 사망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젊은 층 감염이 많은 것은 해석이 가능하다. 고대의대 김우주 교수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조상격인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에 이미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항체'가 형성됐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 미국 CDC 분석에도 65세 노인의 33%가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어린이들은 0%였다. 무방비 상태인 젊은 층에서 전염이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과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특징도 감염확산에 기여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이는 감염자가 많으니 그만큼 사망자가 많아지게 됐다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신종플루가 확산되면 될 수록 건강한 사람에서의 사망사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젊은 층이 신종플루에 취약하고, 또 걸리면 더 고생하는 개념은 아니란 것이다. 여전히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은 고령,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높다. <B>◆걸렸을 때를 대비하자</B>신종플루가 사실상 대유행 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 이제는 예방을 넘어 '감염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한 시점이다. 증상의 양상부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정보를 숙지해두자. 그리고 학교, 직장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두는 게 현명하다. 미국 건강포털 웹엠디가 제시하는 '신종플루에 걸리기 전 준비할 10가지'를 소개한다. 1. 대비책을 세워라. 만약 신종플루에 걸렸다면 일, 학습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라. 회사가 휴가를 주는지, 학교에는 어떻게 알릴 것인지 미리 파악해라. 2. 자신을 돌봐줄 친구를 확보하라. 특히 혼자 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3. 플루 관련 물건들을 확보해라. 휴지부터 해열제, 체온계, 물까지 다양하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한 번 쓰고 버려라. 4. 음식을 확보하라. 아플 때 먹으면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챙겨놔라. 독감에 걸렸을 때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혼자 장보러 가는 일이다. 5. 손을 잘 대우하라.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깨끗이 씻어라. 좋은 비누로 오래동안 충분히 씻는다.6. 좋은 책과 영화를 구비하라. 심각하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로.7. 자신의 '위험성'을 파악하라. 임산부이거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관련 정보를 잘 습득해 놓도록 한다. 8. 적절한 거리를 알아둔다. 최소 6피트(1.8미터) 정도는 돼야 타인으로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 9. 의료기관에 연락하는 방법을 확보한다. 위험에 처한다면 바로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 10. 어떤 상황이 응급상황인지 알아둔다. 대부분의 신종플루는 경미한 증상으로 끝나지만 입원이나 사망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린이의 경우 ▲숨쉬기 힘들어 할 경우 ▲안색이 푸르거나 회색으로 변할 경우 ▲수분섭취를 충분히 못할 경우 ▲잠에서 깨지 못하거나 반응이 없을 때 ▲지속적이거나 심하게 구토를 할 때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때 ▲독감증상이 나아지다가 발열과 극심한 기침이 다시 심해질 때 ▲발열에 발진이 동반할 때 ▲발열이 있고 발작이나 갑작스런 행동 혹은 정신적 변화가 올 때는 응급상황으로 간주한다. 성인의 경우도 비슷한데 ▲숨쉬기 곤란해 질 때 ▲가슴이나 복부에 심각한 통증이 올 때 ▲갑작스런 어지러움 ▲혼돈 ▲심각한 구토 ▲독감증상이 나아지다가 발열과 극심한 기침이 다시 심해지면 응급상황일 수 있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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