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야외상봉 이모저모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남북 이산가족들은 30일 오후 3시30분부터 2시간동안 외금강 호텔 옆 잔디광장에서 금강산의 맑은 바람을 쐬며 야외상봉을 했다. 오후 들어 구름이 짙어지며 잠깐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행사 진행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남측 가족들은 잔디 광장 앞 주차장에 미리 대기했다가 3시40분께 버스 4대를 타고 온 북측 가족들과 만나 상봉장으로 들어섰다. 행사 지원단이 준비한 돗자리와 다과를 담은 종이봉투를 든 남과 북의 가족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돗자리 200개는 남측, 복숭아 탄산단물, 어린이과자, 코코아 사탕 등의 다과 봉지는 북측이 마련했다. 가족들이 자리를 잡자 잔디 광장에는 북한의 대중가요인 '반갑습니다'가 울려 퍼지며 흥을 돋웠다. 곳곳에선 가족들이 손뼉을 치며 남과 북의 가요를 함께 부르는 등 소풍을 온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상봉단중 최고령자인 김유중(100) 할머니 가족은 잔디 광장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휠체어에 탄 노모를 북한의 딸 리혜경(75)씨와 아들 도성(58)씨가 함께 부축해 돗자리에 앉히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 주위로 둥그렇게 앉았다. 고령의 엄마가 맘에 걸린 듯 연신 눈물을 흘리던 혜경 씨는 말없이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하다 젤리 한 개를 꺼내 입에 넣어주며 "엄마 전에 젤리 좋아하셨죠"라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김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혜경 씨에게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또 만나게 될 거야"라며 "그립다 만나니 더 반갑다"고 말했다.○…남측 동생 고재현(74)씨를 만난 북측 형 재학(77)씨는 종손자 영호(9)군의 손을 꼭 잡은 채 야외상봉장에 들어섰다. 영호 군이 돗자리가 작다며 얼른 뛰어가 한 장을 더 받아오자 재학 씨는 "손자가 너무 예쁘다"고 말하고 동생에게 금강산 봉우리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여기가 수정봉, 저기가 계란바위"라고 설명했다. 재현 씨는 "야외로 나오니 기분이 상쾌하다"며 "형님, 일제 때 원족 나온 느낌이네"라며 즐거워했고 재학씨도 "기분이 새삼스럽다"고 웃어보였다.○…북측의 최병욱(80) 할아버지는 겹경사를 맞았다. 60여 년만에 두 동생을 만난 데다 30일 팔순 생일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에야 유 씨의 팔순 생일을 알게 된 동생 병오(73)씨는 "나도 형님 생신인 줄 몰랐다"며 "내일 헤어지기 때문에 간단하게 케이크라도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결국 최씨의 팔순 생일상은 금강산호텔 2층에서 열린 공동 점심자리에서 현대아산측이 급히 마련한 초코파이와 초로 조촐하게 꾸려졌다. 최씨는 "나를 위해 동생과 조카들이 이렇게 마련해 줘 고맙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계속 서로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빨리 형제들이 함께 모여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카 유신호(여.39)씨는 "다른 날도 아니고 팔순 생신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한국전쟁 발발직후인 1950년 8월 서울대 물리학과에 재학하고있던 최씨는 가족들에게 학교에 잠시 나간다고 한 뒤 연락이 끊겼다. 그는 북한에서 평양3중학교 교원으로 4년간 지낸 뒤 김책공대에서 지질탐사를 전공하고 락연광물탐사 연구직으로 근무했다.(금강산=공동취재단)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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