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선진지수 편입 도약 찬스풍부한 유동성·외국인 적극 매수세 긍정적효과기업 이익 둔화·출구전략 가능성 등 변수 산적"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먹구름은 걷혔지만 강렬한 빛을 보기엔 아직 불확실하다." 지난해 금융위기 1년을 되돌아본 한국 증시의 모습이다. '리먼사태' 이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되면서 한국 증시의 저력을 과시했다. 올초까지 올 경제성장률이 -7%에 이를 것이라는 등 한국을 폄훼하기 바빴던 국제 기관과 외국언론들도 경제회복의 우등생이라며 시각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출구전략 가능성, 개인의 신용ㆍ투기거래 급증, 위험한 자산으로의 쏠림현상, 내년 이후 경기, 기업 이익 둔화 가능성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고용시장 침체, 기업들의 설비투자 축소에다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감도 여전하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업종간 벽이 허물렸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등 아직 갈길이 먼 게 현실이다. ◆'리먼 쇼크' 탈출=코스피지수가 올해 4월부터 강하게 오르면서 10일부로 1640선을 넘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충격 이전 지수인 1500선은 이미 지난 7월 중순 넘어섰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0월24일 최저점인 938포인트를 기록하자 최악의 경우 500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올들어 '3월 위기설'을 불식시키며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 코스피지수는 3월초 일시 1000이 붕괴된 후 꾸준히 올랐다. 요즘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라던 2000 얘기마저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로 긍정론자들의 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올라온 만큼 더블딥(Double-Dip)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자산가격 상승에만 의존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실업률도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이라 더블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미국경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수가 1600을 넘은 상황에서도 올 하반기 1500대 목표지수대를 고수하고 있다. ◆외국인의 귀환=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의 귀환이 큰 힘이 됐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70조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올해 무려 22조원을 사들였다. 또 이달 21일부터 FTSE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장밋빛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영국의 피치(Fitch)사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올렸다. 지난해 11월 부정적으로 낮춘지 9개월 만이다. 피치사가 이번에 신용등급을 원상 회복시킨 곳은 우리나라 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의미있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말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인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차터드, 바클레이즈 캐피털, 씨티그룹 등도 우리 경제성장률을 앞다투어 올렸다. 자금 성격도 바뀌고 있다. 단타성 자금이 아닌 미국계 롱텀펀드의 주도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정유호 이트레이드증권 주식운용팀장은 "1400 이하에서 헷지펀드 자금이 유입됐지만 그 이후에 롱텀펀드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앵그리 머니, 펀드 환매 급증=주식시장 회복에도 불구하고 펀드시장은 여전히 잔뜩 움츠러 있다는 점은 문제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했던 펀드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강세로 펀드 수익률이 원금을 회복하거나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대거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앵그리 머니(Angry Money)'가 속도를 내면서 지난달부터는 환매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지난 7월16일 이후 지난달 17일까지 23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보이면서 2006년 5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3거래일 동안 자금 유출 규모는 1조7097억원으로 사상 세 번째였다. 펀드 환매에 운용사들의 수익도 악화됐다. 지난 1분기 회계년도 기준으로 전체 자산운용사 64곳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다 보니 국내 기관들은 증시의 버팀목 역할 대신 지수의 발목을 잡는 '악역'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올들어 지난 10일까지 기관의 코스피시장 순매도금액은 21조원에 육박,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금액 22조원과 맞먹었다. 특히 투신권의 순매도금액이 17조원을 넘어 기관 매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샴페인 터뜨리긴 일러=지난해 '리먼사태'를 잘견뎌온 국내 증시. 하지만 금융위기를 잘 견뎌냈다고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그동안 단기금융에 몰려있던 위험자산이 증시로 흘러들어오고 있고 '리먼사태' 주범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파생상품에 투기성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까지 늘고있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10일 현재 신용거래 융자 규모는 4조6000억원. 이는 지난해 9월에 비해 배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8월말 8조원대까지 떨어졌던 고객예탁금도 지난 4월 16일 두 배 늘어나 16조원을 넘어섰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출구전략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우리나라에도 출구전략 가능성이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으로 올해 전반적인 상황은 호전됐으나 3분기 이후 기업의 실적이나 내년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위험자산의 쏠림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선진화 계기 만들어야=10년전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IMF 조기졸업의 롤 모델로 칭송되기도 했다. 이번 금융위기도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이 시작됐지만 기대했던 금융투자업계의 지각변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업계를 뒤흔들만한 대형 M&A 등의 이슈도 없다. 일부 업체가 글로벌 IB를 선언하며 중국과 홍콩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대부분은 여전히 한정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에서 수수료 싸움으로 이전투구 중이다. 증권사쪽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CMA 소액결제가 업종간 이해관계로 인해 연기되는 등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도 변화돼야 한다. 정부당국도 이를 위해 변화를 지지하는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해야 한다. 물론 법 시행에 맞춰 인력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별 금융회사 차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에 치중하는 대신 M&A 주선, 자기자본투자(PI), 자산관리 등의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증권사간, 혹은 증권-은행 간 M&A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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