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들의 입에서만 흘러나오던 일본의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일본 내 유력 인사들의 입에서도 새어 나오고 있다. ‘미스터 엔(Mr Yen)’으로 잘 알려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 대학 교수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경제재정상은 9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일본 경제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정부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더블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실업률과 개인소비 침체, 여전히 낮은 수준인 산업생산을 이유로 들었다.9일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 기자클럽 강연에서 일본 경제가 올 연말부터 내년 초에 걸쳐 더블딥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새로 출범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마련으로 추가 경기부양책을 1개월 안에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소 정부가 실시해온 친환경가전 구입 시 나중에 현금화할 수 있는 '에코 포인트 제도'와 친환경차 구입 시의 감세 지원 등을 계속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아동수당과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휘발유세 잠정세율 폐지 등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중단하면 경제가 엉망이 된다”며 “불황 때는 국채를 새로 발행하지 않으면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수 없다. 재원마련 문제보다는 부양책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국채 발행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이 1400조 엔에 달한다는 점을 들며 “일본은 세계 최대 채권국인 만큼 일본의 재정상황이 생각만큼 위기는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 일본 국채시장은 10~15억 엔 규모의 국채발행을 흡수할 수 있어 금리가 오르더라도 2%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같은 날 하야시 경제재정상은 9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기조 판단은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기존의 표현을 2개월째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고용 악화를 배경으로 개인소비는 침체되고 생산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가운데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유행까지 겹치면서 일본 경제의 앞날은 갈수록 오리무중이라는 설명이다. 급기야 하야시 경제재정상의 입에서도 ‘더블딥’우려가 흘러나왔다.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 따르면 7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9% 증가했지만 이는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22.9% 감소한 수준이다. 또한 7월 실업률은 5.7%로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지만 전기업체인 빅터가 100명 가량의 조기퇴직자를 모집하고 일본항공(JAL)이 구조조정을 통해 5000명 정도의 감원을 계획하는 등 금융 위기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한 기업들의 뒤늦은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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