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확인됐지만 투자자들은 더 큰 모멘텀 원해..상승탄력 지속될까
언니가 다섯살된 딸 아이와 다투고 난 후 하소연을 해왔다. 내용은 이렇다. 얼마전 딸 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자기 딴에는 이런 저런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딸 아이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생일 이전이었던 지난 어린이날 때 큰 맘 먹고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 때의 선물이 너무 커 딸 아이의 기대치만 높아진 것 같다는 게 언니의 설명이다. 이번 생일선물도 정성을 다했지만 아이는 이미 기대치가 높아졌던 탓에 그리 만족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어려서 정성을 몰라준다고 위로를 했지만, 사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만 보더라도 그렇다. 미국의 2분기 GDP가 발표되던 그 날은 기대감이 상당히 컸던 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이 경기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상승했다고 본다면, 2분기 GDP는 지금까지의 기대감을 검증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GDP 성장률은 예상치보다도 더 양호하게 발표됐지만 막상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이미 컸던 상황에서 실제로 경기회복이 진행중이라는 것이 확인이 되더라도 그리 크게 환호할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기대감을 가졌던 만큼 경기회복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고, 투자자들은 이것 외에 또다른 모멘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막상 모멘텀이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미 증시가 랠리를 보였던 것도 2분기 어닝시즌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이 발표된 것이 가장 주효했다. 실적 발표 이전에는 기대보다는 우려감이 앞선 상황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훌륭한 선물들이 담겨있었고, 투자자들은 당연히 환호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닝시즌도 대부분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 어떤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증시의 경우도 얘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국내 산업활동 동향을 살펴보면 크게 고무적이었다. 생산과 투자 등 경제 각 분야에서 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지표다. 이것이 코스피 지수에는 호재가 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기대치를 충족한 그 이상은 아니었다. 선물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움직임도 포착됐다.2만5000계약을 순매수하며 환경 개선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은 1만 계약 가까운 매도 우위로 급반전하며 수급구도에 변화를 안겨줬다. 외국인의 이같은 태도로 인해 지난 주 차익거래 순매수 역시 600억원에 그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물 매도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현물 시장과 선물 시장의 차이를 나타내는 시장 베이시스는 다시 악화됐고, 장 중 미결제약정수량도 지수 상승폭에 비해 증감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매수 주체 역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충족되면서 주가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이미 많이 오른 주가가 또다시 강한 탄력을 보이기에는 다소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난 이후의 평균적인 주가 상승률은 6개월 이내에 최대 12% 정도였고, 가장 수익률이 좋은 시기였던 70년에도 22%의 상승률이 최대 한계였다"며 "특히 더블딥이 발생했던 80년대 초반의 경우에는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기 전에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저점 통과 이후에는 횡보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지금 미국증시는 저점에서 44% 상승한 가운데 80년대 초반의 미국 증시 움직임은 참고할 만 하다는 설명이다. 최소한 기대감을 충족시킨 만큼 주가 역시 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주 후반 들어 미국증시의 상승탄력이 크게 둔화됐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한 외신에서는 현재 경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The economy is no longer falling off a cliff, but that doesn't necessarily mean we can slam the door on the recession.(경제는 더이상 낭떨어지에서 떨어지진 않겠지만, 이것은 경기침체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경기가 가파른 하락을 멈춘 만큼 주가 역시 하락세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겠지만, 가파른 상승탄력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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