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리더의 책꽂이] 이태백이 없으니 누구에게 술을...

이태백이 없으니 누구에게 술을 판다?이병한 엮음/ 민음사 펴냄 / 1만2000원
아시아 최고 재벌인 홍콩의 청쿵그룹 회장인 리카싱(李嘉誠)은 ‘취짐 전 30분 독서의 힘’을 널리 강조한 적 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또 미래의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두렵고 궁금할 때도 책을 통해 길을 찾았다. 지금도 취침 전 최소 30분은 반드시 책을 읽는 것이 그의 불문율(CEO의 하루경영, 김윤경,김영사, 148쪽)이라고 한다.조직론의 세계 최고 권위자이자 경영학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G. 마치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비전은 詩를 쓰는 것과 유사하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비전은 리더가 꼭 갖춰야 할 덕목이자 CEO로 해석하면 경영노하우인 셈이다. 이 책을 엮은 서울대 이병한 명예교수는 “한시를 공부하면 생각이 깊어진다”고 무릇 주장한다. 내 보기엔 청쿵그룹 회장인 리카싱(李嘉誠)이라면 무척 좋아라고 반길 정말 보석 같은 귀중한 책이다. 제목부터 CEO가 된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 ‘고객이 없으니 누구에게 상품을 판다?’라는 경영 화두를 풀어야 할 숙제로 던져주지 않는가. 그러니 어쩌랴. 받으면 될 일이다. 미래의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잠 못 이루는 밤에 경영서적을 뒤적인다고 해서 매듭을 쉬이 풀어질까. 나는 꼭 그렇지만 않다고 본다. 그래서다. 한시 읽기를 이제부터 시작해보라고 이 책을 소개하는 터. 한시를 공부하면 상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마치 교수는 상상력, 즉 꿈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꿈에서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늙은 게 한스럽다면 젊어질 수 있으며, 어린 게 싫으면 어른이 될 수 있고, 못 견디게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꿈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올바른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중략) 꿈은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설정한 목표만큼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로 하여금 대담한 행동을 하게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하지 않을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를 지닌다.” 은행장을 꿈꾸던 한 신입행원은 출근할 때마다 거울을 보고 농담 반으로 “은행장님, 지금 출근하십니까?”라고 매일 같이 말하다가 나중에 실제로 은행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꿈꾸는 다락방’이란 베스트셀러를 쓴 이지성 작가가 말하는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R=VD 공식이나 하등 다를 바가 없다.나는 ‘저승의 주막집’(13쪽)에서 2005년 사망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박사를 상상했다. 그이라면? 술을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정답을 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기(紀) 할아버지께서는 황천에서도/ 여전히 맛있는 술 빚고 계시리라/ 그러나 무덤 속 저승에 이백(李白) 없으니/ 그 술을 누구에게 파시려는지?’피터 드러커 박사라면 ‘고객이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 하지만 이백이 없다고 고만 걱정하지 마시라/ 술 좋아하던 이백(단골)처럼/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면 되고 단골로 만들면 되지 않는가?’책은 ‘한시가 있는 지하철, 재미있는 풍경이다’(190쪽)고 말하지만 어디 지하철 뿐이겠는가. CEO의 방에도, 아니면 화장실, 엘리베이터, 심지어 버스정류장에도 한시를 판(板)으로 광고 치우고 대체해 볼 일이다. 주류회사 CEO부터 함 시도해 보자.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