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세계10위 오명 '녹색교통'으로 넘자

인류문명의 이기인 자동차. 이것 없이 생활한다고 가정하는 것부터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는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출퇴근이나 여행, 방문 등으로 밀접한 자동차는 그러나 최근 화두로 떠오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서는 애물단지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주범으로 낙인찍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4억49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량으로 세계 10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중 교통영역이 8700만톤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계 13위에 랭크돼 있다. 이제는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녹색교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천운동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2013년부터 교통영역의 배출가스 억제와 감축, 통제 등 국제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기후변화와 고령화, 화석연료 고갈 등의 요인으로 인해 교통체계의 대변혁이 예고된 상태다. 대통령이나 지자체장들이 나서 자전거 사랑을 외칠 정도로 친환경 교통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커지며 교통안전도 부각된다. 이에 교통안전 정착으로 녹색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실천방안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1)왜 녹색교통도시인가도시개발 단계부터 '녹색교통' 구축해야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1.19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가 겨우 1명을 넘어서니 젊은 인구는 계속 줄어간다. 우리나라의 평균 연령은 35세다.학생인구와 노동인구는 2005년 대비 2050년 각각 10.3%와 18.7%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고령인구는 29.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령화는 자연스럽게 자가용 통행량 증가로 이어진다. 자가용 통행이 많아질수록 사고 위험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 발생도 덩달아 뛴다. 자동차 사고는 불필요한 자원낭비의 전형이다. 인명은 물론이요, 재산상의 손실마저 부른다.이에따라 녹색교통도시를 조성하려는 노력들이 세계 각처에서 시도되고 있다. 2007년 국제교통포럼 라이프치히헌장(Leipzig Charta)은 '교통(transport)'을 억제하고 '모빌리티(mobility)'를 높이는 녹색교통도시를 구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여기서 모빌리티는 주행거리, 교통(transport)과 다른 개념이다. 적은 교통(fewer transport)으로 많은 이동(higher mobility)이 가능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교통체계를 지칭한다.녹색교통도시는 호주의 퍼스(Perth)시와 같은 자동차 중심 도시구조가 아니라 자가용을 덜 쓰게 만드는 'multimodal' 도시인 네덜란드 그로닝겐(Groningen), 독일 보반(Vauban)이다. 다양한 교통수단(보행이나 자전거 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적정시간에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city with short roads' 건설을 의미한다.도시와 함께 녹색교통을 정착시키기 위한 외국 기업들의 독창적 아이디어도 눈길을 모은다.독일 드레스덴의 인피니언테크놀로지(Infineon Technologies)란 반도체회사와 헤이그 브로노보(Bronovo)병원은 차량을 이용하는 직원에게 주차료를 받아 자전거 출퇴근 직원에게 분배해주고 있다. 또 모빌리티 전문가를 채용해 직원 개인별 맞춤형 모빌리티계획을 제공한다.영국은 모빌리티계획을 수립하는 학교에 최고 1만5000유로를 지원한다. 3개 시범도시를 선정, 7년간 매년 100만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녹색교통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도로에서 철도로 구조를 변경하거나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와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기반 자동차통행과 배출검지 등의 기술개발 연구가 촉발되기 때문이다. 저탄소 교통수단이나 시설을 구축하고 토지용도 변경사업(road-diet), 도로통행세 징수, 에코드라이빙 교육훈련,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등 녹색교통 구조변경에 따른 일자리는 무수히 많다.이중 에코드라이빙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 경우 연료소비량을 최소 3% 절약할 수 있고 교통사고를 30~40%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국제교통포럼은 보고했다.교통안전공단은 첨단 자동차장치와 국가자동차전산망, 자동차배출가스검사자료 등을 활용해 통행량 및 배출량 관리를 위한 통합자동차검사 DB를 구축하고 있으며 안전운전체험센터를 만들어 친환경 경제운전 유도를 위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앞으로 자가용 이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거구조나 도시를 지향하지 않으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도시를 개발할 때 녹색교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도시 건설 후 만드는 교통대책으로 보완하기가 쉽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성공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시설을 건설하면 수요가 창출된다'는 1차원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과 건강피해를 줄이는 녹색교통정책으로 인식을 전환할 시점이다. 교통안전공단 안전연구실 최병호 박사는 "녹색교통은 획기적 교통시설을 건설해서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양한 교통수단의 연계와 복합적 이용을 위한 모빌리티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녹색교통을 위한 포괄적인 해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꾸준히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 보급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밝혔다.소민호 기자 sm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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