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이명박 정부의 '서민'행보가 눈에 띈다. 정부가 27일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감안해 주택용과 농사용 전기요금을 동결한 '전기ㆍ가스요금 인상안'도 그런 맥락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만 쏙 뺀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등은 주택용 누진제가 과도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터라 누진제도 뜯어고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1980년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과소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6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최대 11.7배의 차이가 난다.누진제 개편은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도입, 용도별 요금체계 축소 등 중장기적 전력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돼 왔다.
출생률 하락,1~2인가구 등의 급증으로 '전기를 조금 쓰는 가구= 저소득층'의 공식이 깨진 지 오래고, 개편 논의는 자연스러웠다. 그 결과 선진국 수준에 맞춰 최저-최대 요금격차를 3배이내, 3~4단계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기본 입장도 세웠다.
그러나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정부 입장은 180도 달랐다. 김영학 지경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장기적 측면에서 전문가들과 (누진제 완화를) 검토했으나 누진제는 근본적으로 전기 소비절약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행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없던 일로 한 데 대해 정부의 '별다른'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3자녀 가구에게는 전기요금을 20%가량 할인해준다' '주택용 전기요금 동결' 등만 강조됐다. 때문에 '서민을 위한 전기, 가스요금 방안'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누구나 한번쯤은 포장만 그럴 듯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포장지가 화려하지 않다면 실망도 적은 법이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은 '포장'보다는 내용을 충실하게 해 서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입안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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