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에 사진·글이 사라진다?

오는 7월2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저작권법을 앞두고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의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바꾸는 등 인터넷상의 수 많은 게시글들이 사라지고 있다. 보다 강화되는 처벌 규정에 따라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게시글을 스스로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저작권 침해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되는 저작권법은 불법 복제물을 포털, 웹하드, P2P파일공유 서비스 등 인터넷에 올려 저작권을 침해한 네티즌에 대한 시정권고와 행정명령 규정을 담고 있다. 불법 복제물을 3회 이상 게재하면 인터넷 계정을 정지 당할 수도 있다. 예전보다 처벌이 훨씬 강화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 등에 게재된 사진과 글들을 자발적으로 지우고 있는 실정이다. 네티즌들은 불법 복제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명대사, 패러디물, 노래가사 등도 인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웹하드를 통해 불법 복제물을 유통시키지 않아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범위가 그만큼 확장됐기에 쏟아지는 반응이다. 제대로 된 저작권법을 홍보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좋지만 이미 블로그, 커뮤니티 등이 활성화된 시점에서 콘텐츠의 부분적 인용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는 드라마, 방송, 영화 등의 장면을 캡처한 사진도 게재해서는 안된다. 또한 가요의 가사, 드라마의 명대사 등을 인용하는 것도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된다. 특히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부른 동영상 등을 인터넷에 게재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에 걸리게 된다. 저작권법 강화로 음원과 영상을 불법으로 유통시키지 않더라도 사진이나 대사 등을 인용한 경우, 저작권법 침해로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그 처벌이 보다 강화된다는 소식이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앞으로 더 많은 게시물들이 사라질 전망이다. 한 파워블로그는 "10년 동안 써온 블로그 게시물들을 정리하고 있다"며 "노래가사, 대사 등이 포함된 글들을 지우다보니 블로그에 글이 남아나지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저작권법 강화 소식으로 인터넷에서는 또 다시 '사이버 망명설'이 확산되고 있다. 한 블로거는 "국내 서비스사업자가 제공하는 블로그는 문을 닫고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마음 편할 듯 싶다"며 "저작권법을 위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