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 '개점휴업'…폐업컨설팅 '인기'

경기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채 철거 작업에 들어간 청담동의 한 카페 내부.

창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프랜차이즈 창업 설명회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이미 오래고 점포 개설 문의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같은 불황 여파로 직원을 줄이는 식당이 늘자 폐업 컨설팅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A브랜드는 얼마 전 창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예비창업자와 업종전환을 희망하는 창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불과 10명. 평소 30여명이 참석하던 것과 비교해 3배나 줄었다. 이 브랜드의 올해 점포 개설수는 지난해 보다 40% 가량 줄어든 상태다. 저가형 창업아이템을 표방한 퓨전선술집 프랜차이즈 B브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800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매체에 창업설명회 광고를 진행했지만 두달동안 걸려운 문의전화는 20여통에 불과했다. 광고를 통해 실제 창업과 연결된 것은 단 한건도 없었다. 경기 침체로 회식이나 가족외식을 줄이는 경우가 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 서울시 구로동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최 모(52)씨는 밤 시간에 일하는 직원을 최근 해고했다. 초저녁보다 늦은 저녁에 손님이 많은 감자탕집 특성상 저녁에 4명의 직원을 고용했지만 지난달부터 손님이 부쩍 줄어들자 감원을 한 것. 지난 21일 저녁9시 손님들로 한참 붐벼야 할 시간이 있지만 132.2㎡(40여평)규모의 매장 내부는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4인용 테이블 20여중 단 한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손 모(41)씨는 "2~3개월 전부터 매출이 크게 떨어져 가게 임대료도 못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모를 줄이고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옮기거나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음식점들이 경영난 해소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 경기도 안산시 부곡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이 모(45)씨는 얼마 전부터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평소 홀 판매만으로도 충분히 매출이 나와 배달 판매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배달 판매를 실시한 것. 하지만 매출은 오히려 더 줄었다. 그는 "배달 아르바이트생 임금에 오토바이 기름값을 더하면 손해가 더 크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폐업 컨설팅 업체가 경기불황으로 가게 문을 닫은 카페에 설치됐었던 중고 주방 집기들을 차에 싣고 있다.

가게 문을 닫는 것을 고려하거나 실제로 문을 닫는 점포들이 늘면서 폐업 및 업종전환 컨설팅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폐업 및 업종전환 컨설팅 업체 포인트앤마크는 최근 매출이 3배 정도 늘었다. 컨설팅과 함께 주방집기 및 각종 소품을 일괄 매입하는 이곳을 찾는 자영업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자 중고 주방집기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까지 오픈해 운영중이다. 김영도 포인트앤마크 대표는 "예년에 비해 음식점과 카페 등의 폐업이 늘면서 한달에 20~30건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중고 주방집기를 찾는 업종전환 창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창업시장의 개점 휴업 상태는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다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경기회복 시기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불황타파를 위한 획기적인 창업 아이템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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