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자금을 지원받은 미 대형 은행들의 조기 상환을 승인할 예정인 가운데 조기 상환이 은행들의 회생을 담보한다는 낙관론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르면 9일 TARP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은행들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명단에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스테이트 스트리트, US뱅코프 등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은행들이 상환할 자금 규모는 당초 재무부 예상 250억 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형은행들의 TARP 조기 탈출이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반기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증자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은행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 뿐더러 신뢰도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중국 공상은행 지분 매각으로 19억달러를 확보했고 모건스탠리와 아멕스도 보통주 신규 발행을 통해 각각 50억달러, 5억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이들은 각각 250억달러 34억달러의 확충을 요구받았다.
이에 은행들의 TARP자금 조기 상환에 줄곧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던 재무부가 상환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그동안 여러 조건들을 내세워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상환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은행들의 TARP 조기 탈출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은행들의 자체 능력에 따라 자금을 조달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마불사‘라는 믿음 하에 은행들의 부채를 보증하고 부실 자산을 매입했던 미 정부의 지원 없이는 조기 상환은 불가능했었다는 주장이다.
또 TARP 지원에 수반되는 경영간섭과 보너스 제한에서 벗어나려는 은행들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9월 울며 겨자먹기로 7000억달러의 TARP자금 승인했던 미 의회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TARP프로그램의 조기 종료를 종용했다는 설도 득세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원했던 미 재무부도 TARP 조기 상환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이번 TARP 자금의 조기 상환이 경기 회복의 증거로 여겨져선 안 된다는 결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미 재무부는 은행들이 TARP 자금을 되갚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민간 대출을 확대시킬 수 있는 정도의 자본 확충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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