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 테마 옥석가리기 시작..대장주·실적주만 급락후 상승
북한의 핵실험으로 코스닥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전 국내 주식시장에 전해진 북한의 핵실험 소식은 예상보다 강한 파장을 몰고 왔다. 코스닥 시장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1시간 만에 지수가 9% 가까이 급락하는 지옥을 경험했다.
26일 증시 전문가들은 순식간에 400여 종목이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서는 아찔한 경험이 개인들의 투자 양상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이 비교적 안전한 종목들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올린 반면, 단순한 테마주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최근 미국 정부가 건강 정보 디지털화 사업에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를 투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급등 양상을 보인 U-헬스케어 테마에 속한 종목 가운데 전날 상승 마감한 종목은 과 2개 종목에 불과하다.
U-헬스케어 대장주인 코오롱아이넷은 장 초반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다가 북한 핵실험 소식 이후 급락했다. 하지만 시장이 진정 국면에 들어선 이후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 증시 전문가는 "코오롱아이넷의 갑작스레 30% 가까이 반등한 것은 U-헬스케어 테마에 편승한 종목들로 분산됐던 투자금이 일시에 몰렸기 때문인 것 같다"며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았다.
즉 U-헬스케어에 속한 종목이 일제히 급락한 이후 진정 국면에 들어서자 U-헬스케어의 향후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이 대장주를 매수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상한가로 치솟았다는 설명이다.
급락세로 인해 투자자들이 테마 안에서도 옥석 가리기를 진행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테마 안에서의 옥석 가리기는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 4대강 테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날 4대강 테마에 이름을 올려둔 종목 가운데 급락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종목은 과 2개 종목에 불과하다. 그마나 삼환기업은 1% 안되는 상승세로 겨우 체면 유지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주철관은 급락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상한가로 마감했다. 급락과정에서 서둘러 4대강 테마 종목을 팔아버린 투자자들이 한국주철관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3월 결산법인인 한국주철관은 지난 11일 지난해 1796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3%와 74.1%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그럼에도 다른 테마의 이름값에 눌려 주가가 게걸음을 지속했다. 한국주철관은 보통주 1주당 1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음에도 빛을 못보다가 북한 핵실험 이후 옥석가리기에 나선 투자자들에 의해 간택된 셈이다.
테마에 편승해 이유없는 급등세를 보였던 코스닥 종목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된 이유는 투자자들의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북한의 핵실험 소식 이후 급락장을 순식간에 경험하면서 테마만을 쫓아 투자하면 손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같다"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테마주 따라잡기 투자 방식을 쉽게 버리진 못하지만 좀더 안정적인 대장주 또는 실적주에 대한 투자 선호 현상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체 시장의 상승세로 인해 별다른 호재 없이 주가가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다가 실적이나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은 '마켓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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