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칸영화제에 참석한 진구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진구가 62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 '마더'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진구의 칸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들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식 레드카펫 행사는 공식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에 한정된 것이라 '마더'의 레드카펫이 간소하게 치러져서일까. 진구는 "칸영화제보다 청룡영화제가 더 대단한 것 같다"며 칸에 대해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살인범으로 몰린 아들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사투를 그린 '마더'에서 진구는 주인공 도준(원빈 분)의 불량스런 친구인 진태 역을 맡았다. 도준이 원빈의 본명 도진의 변형이듯 진태 역시 진구를 살짝 바꾼 이름이다.
진구는 "1주일 전까지 제주도에서 드라마 촬영 중이어서 오기 전에는 안 가면 말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와보니까 왜 사람들이 칸에 대해 자랑하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레드카펫 자체는 "긴장도, 설레는 마음도 없었다"고 말하지만 "기립박수를 받을 때는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마더'의 진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지만 비중은 원빈, 김혜자 다음이다. 진구는 "칸에서의 기립박수는 봉준호 감독도, 원빈도 아닌 오로지 김혜자만의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쳤을 때 물론 봉준호 감독님이나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게 간 것이겠죠. 그렇지만 제가 받은 느낌은 그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온전히 김혜자라는 배우의 것이라는 점이었어요. 배우로서 부럽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칸에 와서 저 앞에 있는 모니카 벨루치나 소피 마르소를 보는 게 신기한 게 아니라 그 박수를 받는 김혜자 선생님과 같이 했다는 게 신기하고 영광스러웠어요."
영화 '마더'의 한 장면
극중 엄마와 아들이 모두 묘한 인물인 것처럼 진태 역시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모호한 인물이다. 원빈의 친구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친구를 이용하는 사기꾼으로 보이기도 하고 도준의 엄마와 뭔가 이상한 관계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은 진구에게서 '섹시함'을 뽑아냈다. 그는 "왜 나를 캐스팅하려 할까 했는데 봉 감독이 첫 만남부터 자꾸 섹시하다는 말을 했다"고 회상했다. "처음 만나러 갔을 때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대본을 들고 가고 예상 답변까지 준비하고 갔다"는 그는 "봉 감독이 내 평소 버릇이나 말투까지 묘사해 놓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진구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감독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고 말했다. "내 연기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전부 봉준호 감독 탓"이라며 "이전 영화에서는 이런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만큼 100% 모든 것을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밝혔다.
'마더'에는 분기점이 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굵은 비가 쏟아지는 밤, 도준 엄마와 진태가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 넘치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김혜자 선생님과 제대로 대사를 주고받으며 연기한 건 그 장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3일간 함께 촬영하는데 너무 따뜻하고 좋았어요. 맨 처음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죠. 그땐 정말 (원빈) 형이 얄밉고 질투가 나더라고요. 울컥했죠. 내가 아들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진구는 짧은 칸의 추억을 뒤로 하고 19일부터 평소처럼 다시 한국에서 일정을 이어간다. 그는 마지막으로 "연기는 어디까지 가야할지 보이지 않는다"며 "언젠가 때가 되면 김혜자 선생님처럼 후배가 부러워하는 배우가 돼면 좋겠다"고 연기자로서 바람을 전했다. 진구가 주연배우로서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되는 날도 아주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마더' 출연진과 봉준호 감독이 프랑스 칸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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