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3월말 외환보유고가 지난해말에 비해 77억달러 늘어난데 그친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전년동월대비 16% 늘어난 1조9537억달러로 다시 1조9500만달러대를 넘어서긴 했다. 증가액을 따져보면 1ㆍ4분기동안 77억달러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 1462억달러나 적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외환보유고가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비달러화 자산의 급격한 가치 변동 ▲수출 부진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저조한 외국자본유입 등 세가지를 꼽고 있다.
외환보유고는 3월에만 417억달러 늘었다. 1년전에 비해 67억달러가 더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1ㆍ2월 외환보유고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1월에는 1조9140억달러, 2월에는 1조9120억달러로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리우위후이 연구위원은 "비달러화의 자산가치가 1분기에 급격한 변동을 겪으면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게 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1ㆍ2월 달러화를 제외한 기타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비달러화 자산 가치가 40% 줄어들게 됐다. 중국 외환보유고 가운데 30% 가량이 비달러화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10%가 허공에 사라진 것이다.
설상가상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어들며 외환보유고를 축냈다. 1~3월 수출액은 20% 전후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2월의 무역흑자는 48억달러에 불과, 전년동월대비 무려 343억달러나 줄었다.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메이신위(梅新育) 연구원은 "1분기 외환보유고가 77억달러 증가에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가 외부 수요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과학원의 위안강밍(袁鋼明) 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의 더딘 증가는 1분기 외국자본 이탈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ㆍ2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6.2% 줄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대부분은 잘 알려졌다시피 미국 국채에 투자돼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3000억달러 어치의 미 장기국채를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외환보유고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긴 셈이다.
메이신위 연구원은 "지금 시점에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많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보유 외환 가치가 줄어들 소지가 적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위안강밍 연구위원은 "현재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 규모가 아니라 안정성"이라며 "외환감독당국은 핫머니의 유입과 갑작스런 유출을 모니터링함으로써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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