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한나라당 A의원에게 도움을 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한나라당 친(親) 이명박 대통령 계의 핵심인사로 분류되는 A의원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작년 9월 추 전 비서관을 만나 "서로 대통령 패밀리까지는 건드리지 않도록 하자. 우리 쪽 패밀리에는 박연차도 포함시켜달라"며 박 회장의 선처를 요청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추 전 비서관은 이어 A의원을 만나 노씨의 언급을 전하며 "민정수석이나 검찰 쪽에 노 씨의 얘기를 전해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A의원은 "당시 '알았다'라고 답했지만 실제 민정수석이나 검찰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노씨의 말을 전한 시기가 박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은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A의원 뿐 아니라 국세청 고위 인사 등 제3자에게 청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그동안 추 전 비서관의 통화내역 등을 추적해 의미있는 결과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새로운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A의원 등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 APC 등의 계좌 자료가 이번 주 도착하는 대로 노 전 대통령 주변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는 작년 2월 대통령 퇴임 직전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홍콩 계좌로 '투자금' 명목으로 송금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자금이 아니냐는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APC로부터 차명으로 받은 배당이익 685억원이 들어 있는 계좌와 그 밖의 홍콩계좌에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추적하면 박 회장이 연씨에게 500만 달러를 보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전직 국회의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4∼5명을 소환 또는 체포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소환 규모를 줄이더라도 홍콩자금 검토에 수사력을 우선 투입해 500만 달러를 둘러싼 노 전 대통령 주변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APC 계좌가 들어오면 수사를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애초 계획의 수정이 많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는 박 회장 주변 진술을 청취했는데 계좌가 들어오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검토가 수 일 안에 끝나면 이번 주 후반 연씨는 물론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을 '지역 기업인의 공직부패 사건'으로 규정한 검찰은 박 회장이 중앙 정치인에 대해서는 방어적 차원에서 금품을 건넸지만, 사업 기반이 있는 김해와 경남지역 행정 관료에 대해서는 인허가 이익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검찰은 20여명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박 회장과 관련된 3조5000억원 규모의 계좌 4700여개를 추적해 왔으며 이 중 500여개는 가족이나 회사 임직원 명의를 빌린 차명계좌라고 밝혔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