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업체 인수합병으로 몸집 불리기 시도..유럽서 '현대 휴대폰' 부활
유럽 시장에 출시되는 '현대 휴대폰'.
중공업과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의 현대가(家)에 IT바람이 불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유탄에 현대전자가 무너지면서 정보통신의 대가 끊겼던 현대가 IT서비스와 휴대폰 부문에서 부활에 성공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가의 SI업체 BS&C(대표 정대선)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또 다른 SI업체인 현대정보기술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S&C의 정대선 사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공업회장 3남)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2006년 8월 화촉을 올려 언론의 각광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정대선 사장은 삼촌인 정몽준 회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SI업계의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준 회장이 정대선 대표를 많이 아끼는 마음도 있고, 정 대표가 IT쪽에 남다른 재질을 보이고 있어 현대중공업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최근에는 BS&C가 현대정보기술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SI 업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과거 현대정보기술은 현대그룹의 SI업체로서 삼성SDS, LG CNS, SK C&C 등과 경쟁을 펼쳐왔지만 소위 '왕자의 난' 이후 그룹이 쪼개지면서 지금은 비(非) 현대가에 넘어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인수 시도가 현대 IT의 재건을 겨낭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BS&C측은 "인수건과 관련해 현대정보기술과 어떤 얘기도 오간 게 없다"면서 "현대중공업 사업 매출도 전체의 50% 미만으로 BS&C는 독립 경영을 강화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가에는 현대중공업의 BS&C, 현대자동차의 오토에버시스템즈, 현대그룹의 현대 U&I, 현대해상의 현대데이타시스템즈, 현대건설의 현건 C&I 등이 제각각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다.
현대가의 IT부활은 휴대폰 부문에서도 그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현대전자는 '걸리버'라는 이름으로 2001년까지 휴대폰을 생산했지만 회사가 하이닉스로 넘어가면서 현대 휴대폰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 현대 휴대폰이 부활해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에 부활한 현대 휴대폰은 현대종합상사가 '현대모바일UK'에 라이선스를 받아 '현대'라는 이름을 대여해주는 협력 모델로 탄생했다.
업계 소식통은 "비록 현대가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휴대폰의 판매 성적에 따라 현대가 향후 휴대폰 시장에 좀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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