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통위원장 별명은 '허당선생'
역시 소문난 잔치상엔 먹을 것이 없었다.
올해로 14주년을 맞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방통위로부터 특별한 생일선물을 기대했지만 업계의 '해묵은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케이블업계와 방통위간의 거리감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여야 국회의원, 정부기관 및 유관단체,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광고계, 케이블TV 업계 임원진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4주년 케이블TV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중에도 서면으로 축사를 보내와 첫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최 방통위원장의 격려사. 방송ㆍ통신의 키를 쥐고 있는 방통위가 최근 눈에 띄게 IPTV사업자만 지원사격을 하면서 '편애' 논란이 일고 있는 터여서 업계 관계자들의 눈과 귀는 자연스럽게 최 위원장의 입에 쏠렸다.
최 위원장은 "올해가 미디어 빅뱅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뉴미디어 시대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위원장은 이어 "미디어 빅뱅은 단순한 고용창출과 산업연관 효과 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미디어산업이라는 새로운 것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며"세계 정상의 IT강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디지털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선도적 위치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방통위원장의 격려사에 큰 기대는 안했지만 지극히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치자 행사장 곳곳에서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IPTV에 맞서 뭐든지 한 가지 정도는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알맹이가 전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나마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통해 "케이블TV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며, 4월 열리는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은 것이 이날 생일잔치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길종섭 신임 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IPTV 짝사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이상 케이블TV를 '서자(庶子)' 취급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었다.
길 회장은 "14살이라고 하면 부모한테 반항하기도 하고 또 자고 일어나면 미래에 대한 꿈이 달라지는 그런 나이로, 당연히 법적으로도 미성년이기 때문에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길 회장은 이어 "하지만 작금의 분위기는 부모님의 모든 사랑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갓 태어난 동생쪽에만 가 있는 것 같다"고 비유하며 정부의 IPTV지원 정책을 꼬집었다.
길 회장은 "아무 탈 없이 동생이 무럭무럭 잘 커 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한편으로는 야속하고 원망스런 생각이 어찌 없겠냐"라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방송통신융합시대에도 각자의 고유 영역은 계속 존재하는 것인데 방통위가 이를 고려하지 않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며 "언제까지 IPTV를 적자, 케이블TV는 서자로 취급할 것인지 답답할 뿐"이라며 실망한 표정으로 행사장을 떠났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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