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주총 찬성 거수기' 변함없네

현대와이즈 안건도 모른체 의결권 행사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이 일부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 세부 안건이 결정되기도 전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주총 안건에 대한 분석도 없이 '묻지마'식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주주이익을 지켜야 할 기관투자자가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이번 주총에서는 발언권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은 지난 19일 등 지분을 보유한 12월 결산법인의 주총 관련 의결권 행사 공시를 일제히 제출했다. 이 중 한미약품과 녹십자의 경우 주총 소집 결의는 했지만 세부안건을 정리한 주총 공고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실례로 다음달 13일 주총에서 대차대조표와 이사보수 한도 등을 승인할 예정인 한미약품의 경우 현재로선 이사 보수 한도가 예년 수준인지 아닌지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은 이미 이 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은 한미약품 주식 3887주(0.04%)를 갖고 있다. 이사 보수 한도 등 세부 안건을 결정하지 않은 상장사의 주총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사례는 같은날 공시한 LG디스플레이에서도 반복됐다. LG디스플레이는 다음날(20일) 주총 공고를 통해 지난해 134억원이었던 이사 보수 한도액을 올해 85억원 낮출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사내ㆍ사외 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가 결정되기도 전에 이사 후보란에 버젓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이 현대차 주총 관련 의결권 공시를 낸 시점은 19일 오전 10시22분께 였다. 당시 현대차는 다음달 13일 주총을 열어 사내외 이사를 신규 선임할 계획임을 밝혔지만 사내ㆍ사외 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현대차의 이사 후보는 같은 날 오후 5시45분께 결정됐다. 이사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찬성표 부터 던진 셈이다.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은 현대차 주식 7만1738주(지분 0.0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총 안건은 공시 사안이기 때문에 공시 전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사전 배포하지 않는다"며 "이번 주총의 세부 안건이 미처 결정되기도 전에 자산운용사가 찬성의사를 표시해 다소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현대와이즈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총이 열리기 5일 전까지 의결권 공시를 내야하지만 이번에 의결권 공시 보고 내용이 많아 담당부서에서 일괄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예년보다 빨리 공시를 냈다"며 "이 과정을 통해 일부 상장사의 경우 착오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2007년 자산운용사들의 주주총회 찬성률은 평균 97%였고 반대율은 1%에 그쳤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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