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 기자의 팜토크] 지난해 이 파는 '올메텍'이란 약이 고혈압약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코미디'란 반응이 있다. 무슨 사연일까?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고혈압약은 '노바스크'였다. 이 약은 고혈압약 종류 중 칼슘채널차단제(CCB)에 속한다. 당시 고혈압 치료는 CCB계열이 대세였다.
그러다 몇 년전부터 ARB라는 새로운 계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더불어 ARB의 판매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메텍은 ARB에 속한다.
올메텍의 승승장구는 ARB계열의 상승세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왜 하필 올메텍이냐는 것이다.
ARB에는 모두 6가지 약물이 있다. 의사가 "ARB를 처방하겠다"고 판단했다면 이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그리고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선택기준은 '증거'다.
증거란 얼마나 확실한 '데이터'로 효과가 입증돼 있느냐를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올메텍은 ARB 중 가장 불리하다. '합병증 및 사망'을 줄였다는 가장 핵심적인 연구결과를 보유하지 못한 ARB는 올메텍이 유일하다.
물론 올메텍에도 장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메텍은 다른 ARB와 달리 초기 혈압강하효과가 강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특징이 올메텍을 '1위'에 올려 놓은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 고혈압 전문 대학교수는 "사망감소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처방을 하지 말라면 말이 안된다. 하지만 반대로 데이터가 제일 부실한 약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의 의견에 반대할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올메텍이 어떻게 1위가 됐는지 그 이유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신의 소신을 잘 말하지 않는다.
의약품 선택권은 의사의 고유영역이므로 간섭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사적인 자리에선 '코미디'라 목청을 높이면서도 공식적 발언은 절대 하지 않는다.
올메텍이 1위를 기록한 2009년 현재, 의사의 고유영역 뿐 아니라 보호해야 할 것이 또 무엇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시점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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