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하반기부터 지갑 열린다…안갯속 '햇살'

2009년 복합몰·해외진출 박차…혁신·구조조정에 내실위주 경영

새해를 맞아 경기침체와 소비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어려워진 만큼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상품 개발과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 가격 경쟁도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다행히도 하반기부터는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서서히 회복되리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낸 유통업체들로서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백화점·마트 = 2009년은 어두운 경제전망과 함께 지난해보다 더욱 소비가 위축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빅3' 유통기업들도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한 쇼핑을 제공한다는 복합쇼핑몰과 주유소 사업에 나서며, 해외시장 진출 경쟁도 보다 가열될 양상이다. 롯데백화점은 해외시장 진출에 선두에 서 있다.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와 중국 베이징에 점포를 두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올해에 중국 톈진에 백화점을 열 계획이다. 현재 진행중인 협의를 조만간 마무리 짓는겠다는 입장이다. 인도에도 백화점을 내기 위한 시장 조사 등 물밑 작업이 진행중이다. 롯데마트의 해외 진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롯데마트는 국내 62개점와 함께 해외 28개점을 열었다. 최근에는 베트남 남사이공점을 열고 올해 호치민시에 2호점을 향후 10년내 주요도시에 30개 점포를 낼 계획이다. 또 롯데는 아울렛사업도 본격적으로 나서 지난해 10월 광주점, 12월 김해점을 열고 선두인 신세계첼시아울렛을 바짝 추격할 태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마트 사업을 강화하고, 복합쇼핑몰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말 새롭게 시작한 주유소 사업에도 힘을 실으려는 움직임이다. 신세계이마트는 국내 확장과 함께 최근 장쑤성 우시에 18호점을 여는 등 올해에도 장쑤정을 중심으로 중국내 점포를 10~15개점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 올 8월에는 경방에서 개발하고 있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백화점을 비롯, 명품관, 이마트를 입점시키고, 2012년 경에는 백화점과 영화관을 입점한 의정부역사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유통업체 최초로 뛰어든 주유소 사업에도 주력,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 구성점을 시작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경남 통영, 전북 군산, 전남 순천 등 점포에 5~6개 마트 주유소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새로운 카드로 복합쇼핑몰을 꺼내들었다. 대형마트 사업에서 나머지 업체보다 뒤쳐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부족한 대형마트 분야는 홈플러스와 손을 잡아 채운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부천의 디몰을 인수하는 등 복합쇼핑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을 열고 '원스톱(one-stop) 쇼핑몰'을 만든다는 것. 기존 코엑스몰과 신촌영시티몰 등 운영노하우를 통해 복합쇼핑몰의 강자로 새롭게 자리 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현대백화점은 건물이 착공된 일산 킨텍스몰과 개발 계획이 확정된 양재동 복합쇼핑몰 등을 비롯 대구, 아산, 청주 등에 추가로 복합쇼핑몰을 지을 예정이다. ▲ 홈쇼핑·편의점 = 홈쇼핑과 편의점, 온라인쇼핑몰은 2009년에 살아남기 시험대에 오른다. 다만 대형 유통업종과 달리 불황일수록 소량판매와 필수품 판매 중심으로 내수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고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희망적이다. 우선 홈쇼핑 사업은 한정된 방송시간 동안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을 편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성장세가 주춤해진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신흥시장을 만들기 위한 해외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CJㆍGS홈쇼핑 등이 진출해 있는 중국과 함께 대만,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도 여러 홈쇼핑업체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편의점업체는 경기불황에 알뜰 소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량 구매를 줄이고 인근 점포에서 소량구매하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 이같은 호기를 이어가기 위해 편의점업체들은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1만2000여개의 편의점에 불과해 더 많은 점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 각 업체마다 300~500개의 신규 점포를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온라인쇼핑몰 업체들은 이 성장세를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다. 제조업체와 제휴를 통해 독점상품을 늘리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의 제휴를 늘려 제품군을 확장할 전망이다. 또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한 쿠폰 발행이나 가격할인 경쟁 등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식음료 = 새해에도 식음료 업계의 화두는 단연 '건강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 만들기'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감소로 식음료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각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제과업체인 오리온은 닥터유 이외에도 프리미엄 과자 마켓오를 출시하는 등 제품 마케팅력 강화를 위해 발걸음을 제촉하고 있다. 롯데제과 역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제품군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한층 강화해 꾸준히 매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해태음료는 이미 지난 해 안성공장을 폐쇄하며 경영 혁신을 주문하고 나섰으며, 서울우유도 부서 통폐합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모두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올해 식음료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음료업계는 지난 해 변변한 히트상품을 내지 못한 채 불황의 그늘을 지나온 만큼 올 한해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롯데칠성음료는 프리미엄 커피 칸타타를 통해 올해 700억원의 예상을 전망하고 있으며, 한국코카콜라는 탄산음료에서 비탄산음료로 전략을 수정하고 차와 커피 등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해태음료는 내실경영과 신중한 투자로 플러스 성장을 노리고 있다. 광동제약도 기존 인기 제품인 옥수수수염차와 비타500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 주류 = 2009년 주류 업계의 최대 이슈는 '처음처럼'으로 대표되는 두산주류사업의 매각 성사 여부다. 지난 달 22일 롯데칠성음료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양측의 가격 차이가 커 매각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롯데칠성이 두산주류를 인수한다면 위스키(스카치블루), 수입맥주(아사히맥주), 증류주(천인지오) 등 주류군에 소주를 추가해 하이트-진로그룹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참이슬의 출고가격이 5.9% 인상된 데 이어 처음처럼도 4일부터 6.05% 올랐다. 주류업계는 소주 가격 인상으로 뛰어오른 제품 생산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 상황 속에서 오히려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하이트진로그룹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만 되도 올해와 같은 수준만 되도 선방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5월까지 미뤄진 진로의 재상장을 위한 자산 확보 차원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대신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연말 주류업계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두산주류가 내년 소주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주류와 더불이 인수설이 나돌고 있는 오비맥주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올해 모기업인 인베브가 출시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국내에 선 보여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한편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위스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 기업들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올해 경영성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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