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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영웅호색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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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영웅호색의 나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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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버닝썬ㆍ김학의ㆍ장자연 사건 등 이른바 성(性) 비위 사건들의 근간에는 한국사회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영웅호색(英雄好色)'이란 심리가 들어있다. 이는 경제력이나 지위 등 권력을 이용해 다수의 여성과 성적 접촉을 하는 것이 마치 남성 개인의 출세를 상징하는 트로피처럼 여겨지는 독특한 문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사회에서는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관념이다.


이 영웅호색이란 심리의 근간은 어디서 왔을까? 생물학자들은 이를 두고 인간사회 형성 이전에 남성이 생물학적 수컷으로서 가지고 있는 본능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지능이 높은 고등 포유류일수록, 수컷은 여러 암컷을 거느려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퍼뜨리고 싶어하며 이 때문에 다른 수컷들과 경쟁이 발생한다. 야생상태에서 포유류 수컷 중 단 5%만이 이 경쟁에서 승리해 여러 암컷을 거느리며 나머지 95%는 평생 홀로 살다가 죽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명사회 이전부터 포유동물 수컷으로서 유전자에 아로새겨진 이 경쟁심리는 농경시대로 접어들면서 영웅호색이란 독특한 문화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한 군주가 거느린 여성의 숫자는 그의 권력을 상징하는 수치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백제 의자왕의 '삼천궁녀'는 그가 군주로서 가졌던 막강한 권력 그 자체를 상징한다. 천자(天子)라 불리던 중국의 황제는 1만3000여명의 궁녀를 거느리기도 했다. 이슬람제국을 통치했던 중동의 군주들은 이슬람 율법상 거느릴 수 있는 4명의 부인을 뛰어넘어 1년 365일 매일 밤마다 다른 후궁들의 처소에 방문했다. 이 모두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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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가 전승되면서 영웅호색은 남성들에게 마치 출세의 요건처럼 여겨지게 된 셈이다. 단순히 왜곡된 성문화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닌, 권력욕과 출세욕이 함께 버무려진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불법 성접대를 가로막을지, 어떻게 더 무섭게 처벌할지 만을 생각해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웅호색이란 관념 자체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보다 심도있는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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