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모 생산지에 완충구역 설정
공급 불안에 가격 벌써 2배↑
"긴장 지속시 목축 크게 위축"
중국-인도 국경 분쟁이 고급 의류 원료인 '캐시미어(cashmere)'에 영향을 끼쳤다. 캐시미어 원모(毛)를 생산하는 지역이 두 국가 사이 완충지대에 포함되면서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과 인도 당국이 국경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 최북단 '라다크' 일대에 완충지대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와 중국령 악사이친 사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양국 군대는 수십 년째 이곳에서 대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0년 5월 5일 카슈미르 라다크 인근 갈완계곡에서 양국 군인들 사이의 주먹 다툼이 오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후 최근까지 크고 작은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완충지대는 이런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문제는 라다크 내에 완충구역이 설치되면서 고급 옷감인 캐시미어 산업까지 피해를 본다는 데 있다. WP에 따르면 완충구역은 히말라야산맥 라다크 지역 3.2㎢ 정도의 면적이다. 여기에는 티베트 고산지대에 거주하던 창파족의 목초지도 포함된다.
이 고산지대는 예로부터 카슈미르 산양을 키우던 곳이다. 고산 지대에서 자라는 카슈미르 산양의 양털은 매우 부드러워 수백 년 전부터 양털옷, 비단, 양탄자 등 고급 의류 소재로 쓰여왔다. 히말라야산맥 인근에는 카슈미르 양털을 전문적으로 가공하는 장인들도 거주하며, 이런 장인들이 만드는 원모가 바로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캐시미어다.
산양, 산염소 등으로부터만 얻을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캐시미어 생산지는 한정돼 있다. 아프가니스탄, 중국, 몽골, 카슈미르 지방 등에서 500만kg을 생산한다.
그러나 지난해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대대적으로 철수하고 탈레반 정부가 들어서면서 캐시미어 공급망이 일차적으로 흔들렸고, 이번 완충구역 설립으로 인해 다시 한번 캐시미어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캐시미어 원모 1kg의 평균 가격은 2020년 기준 120달러(약 15만2700원)에서 현재 220달러(약 28만원)까지 약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완충구역이 오래 지속될수록 생업을 잃은 목축업자나 직조업 종사자는 캐시미어 생산업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국제 캐시미어 생산량은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카슈미르에서 3대째 직조업을 하는 장인 쇼우카트 아흐마드 미르씨는 WP에 "파시미나(최상등급 캐시미어) 원모 공급은 지장을 받고 있다"라며 "국경 긴장이 계속되면 염소 목축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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