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우크라 곡물 약탈한 러 수송선 억류…우크라 "곡물 압류 희망"

튀르키예 당국 입항 금지…억류상태
곡물수출로 재개 협상 위해 러 압박한듯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튀르키예(터키) 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을 약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국적 화물선을 억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러시아 화물선에 대한 조치를 꺼려왔던 튀르키예 정부가 곡물수출로 재개를 목표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화물선 억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세관은 이날 튀르키예 카라수 항구에 입항하려던 러시아 국적 화물선인 '지벡 졸리'호의 입항을 금지시키고, 항구 1Km 앞 해역에 억류했다. 해당 화물선은 앞서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튀르키예 정부에 자국산 곡물을 탈취한 선박이라며 억류를 요청한 배로 알려졌다.

바실 보드나르 주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러시아 화물선의 운명은 4일 조사단 회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곡물이 압류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당 선박에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4500t이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타스통신도 지벡 졸리호가 지난 1일 카라수 항구에 도착했지만 입항이 거부된 채 대기 중인 상태며, 당국의 하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스통신은 카라수 항구 당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화물선은 튀르키예 외무부와 무역 및 교통부의 하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허가를 받지는 못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선박이 항구 인근에 정박해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약탈 수송선의 반입과 관련,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서방국가들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러시아 선박들이 원산지를 속여 등록해도 이를 전수조사할 수 없다고 해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흑해 곡물수출로 봉쇄가 장기화되고 중동 전역 및 자국의 식량문제도 심화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터키와 유엔의 중재하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수출로 재개 협상이 지속 중인 가운데,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합의를 거부하면서 러시아측을 압박하기 위해 수송선 억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