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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주택·자동차 ‘폭우 피해’… 정부·지자체 손해배상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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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주택·자동차 ‘폭우 피해’… 정부·지자체  손해배상 책임은? 9일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일대에서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들이 물이 빠지면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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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수도권 중심에 쏟아진 폭우로 인적·물적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예측이 어려운 ‘천재지변’ 수준의 폭우는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배상책임을 인정받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인적·물적 공공시설이 ‘기능상 결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배상법상 설치·관리 하자 책임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7월 대전에서 폭우 속 지하차도를 걷다 익사한 치매 노인 A씨의 사건에서 법원은 유족 측이 지자체를 상대로 낸 1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를 지난 4월 기각했다.


대전지법 민사21단독 장민하 판사는 "사고 당시 지하차도 내부는 높이 2m 이상 침수돼 부유물들이 떠다녀 육안으로도 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입구엔 통제선과 라바콘이 진입이 금지된다는 표시가 돼 있었다"라면서 "(지자체로선) A씨가 통제선을 걷어 올린 후 내부로 걸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10월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주민 316명도 태풍 차바의 폭우로 침수 피해를 봤다며 지자체 등을 상대로 약 14억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항소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주민들은 "인근 하천 범람 등으로 아파트 정문이 침수됐고, 주민 1명이 숨졌다"라며 "주차된 차량 수백대도 침수됐다"라고 주장했다.


부산고법 민사2-1부(재판장 김재형 부장판사)는 "법령에서 규정하는 재난 예보 및 정보의 문자 송신 요청에 관한 업무를 게을리하고 재난 예방·대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울산시가 그해 여름철 자연 재난 대비 재난 상황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각 구청에 태풍 차바를 대비한 안전조치를 강화할 것을 요청한 점 등도 고려했다.


경남 양산시에서 태풍 차바로 인근 제방이 무너져 양어장 시설이 파손된 민물고기 생산·판매 업체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재난지원금으로 1000여만원을 받은 B사는 "하천 제방 설치·관리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지자체에 5000만원을 청구했다.


울산지법 민사13단독 김정석 부장판사는 "시간당 강수량이 계획홍수위를 훨씬 넘는 이례적인 호우였다"며 업체 패소 판결했다. 또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하천은 관리청이 설치를 선택한 게 아닌, 위험을 내포한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며 "국가나 하천관리청이 목표로 하는 하천의 개수 작업을 완성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이 들고, 완공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등 관리상 특수성도 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지자체가 주의의무 다하지 않았다거나 ‘인재’란 점을 인정한 사례들도 있다. B씨는 2019년 9월4일 낮 경기도 평택시의 한 도로에서 외제차를 운전하다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태풍 링링 북상에 따른 폭우로 차량 배기관과 엔진 등에 물이 들어가 시동이 꺼진 것이다. 도로는 주변 지대보다 저지대였고, 배수구가 나뭇가지와 토사물 등으로 막힌 것으로 조사됐다.


B씨의 보험회사는 "충분한 배수시설과 도로 통제 등으로 침수 사고를 방지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지자체 측에 구상금 1800여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수원지법 민사5부(재판장 하현국 부장판사)는 "통행 불가능 지점의 차단이나 통행 제한 등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지자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려 관리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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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사건도 지자체 책임을 인정한 대표적인 사례다. 법원은 "경보를 발령하고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에게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대피 지시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유족들에게 약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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