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100세 뇌건강⑩] '치매와의 전쟁' 14년, 여전히 인력부족 … 치료·돌봄 함께가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26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9월21일은 15회째 맞는 '치매극복의 날'
전국 256개 시군구에 치매안심센서 설치
상담·진단·예방활동·사례관리 등 통합서비스
"투입 재정·인력 대비 효율성 생각해볼 때"
"국가 치매정책, 정권 떠나 종합적 해결책 필요"

매년 9월21일은 정부가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정한 '치매극복의 날'이다.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5회를 맞는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치매 정책은 전면적으로, 매우 속도감 있게 추진돼 왔고 일부에선 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치매를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는 갖췄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부족하고, 공공기관 위주의 정책 서비스에 방점을 두다 보니 급증하는 치매환자 관리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100세 뇌건강⑩] '치매와의 전쟁' 14년, 여전히 인력부족 … 치료·돌봄 함께가야
AD

'치매와의 전쟁' 14년간 가속도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치매 치료대책과 치매 관리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5년 주기로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첫 종합계획을 내놓은 후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했고, 2017년엔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해 치매 예방부터 돌봄, 치료, 가족지원 등 치매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에서 전 주기적 치매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정책에 발맞춰 지역사회 치매관리 거점기관으로 전국 256개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과 진단, 예방활동, 사례관리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립 노인요양시설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115개소가 신설 중이며, 이 가운데 25개소가 완공됐다.


2018년 1월부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인지지원등급'이 신설돼 인지적 문제는 있지만 신체 기능은 양호한 치매환자의 경우에도 주야간보호 등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통해 중증 치매환자의 의료비 부담비율을 최대 60%에서 10%로 대폭 낮추고, 비급여 항목이었던 비싼 진단검사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바꿨다. 지난해 8월까지 약 7만4000명의 중증 치매환자가 건강보험 산정특례 제도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진 중인 제4차 치매종합관리계획(2021~2025년)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치매 관리 체계를 더욱 내실화하고 치매환자가 시설이나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국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환자가 치매 진행 정도에 따라 전문화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치매환자 가족의 경제적·정서적·육체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돌봄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100세 뇌건강⑩] '치매와의 전쟁' 14년, 여전히 인력부족 … 치료·돌봄 함께가야
공공성은 물론 정책 효율성도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국내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가 치매환자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치매 정책과 그 성과 면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치매는 첫 진단 과정에서 검사를 위한 비용이 들지만 이후 초기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쓴다. 하지만 치매가 중증으로 진행되면서 각종 합병증이 생기고 요양시설 입소가 필요해지면 급격히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치매환자 치료와 요양비로 막대한 예산을 쓰게 된다.


최호진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치매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지역사회에서 가족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고 치매환자를 시설이나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선 정부의 치매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매 정책이 수요자인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입장보다는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 입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되는 면이 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윤웅용 대한신경과의사회 회장(맑은수병원 병원장)은 "이미 국내 65세 이상 노인 800만명 중 10%가 치매환자인 상황에서 앞으로 20~30년 안에 연간 수십, 수백조 원의 막대한 사회적 부담을 지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시점에선 그동안 많은 치매 대책들이 투입된 재정·인력 대비 얼마나 효율성 있게 실행됐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정권 떠나 종합적 해결책 필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제도도 있다. 복지부는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행동심리증상(BPSD)'을 동반한 중증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공립 요양병원 중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을 선정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증 치매환자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고, 병상 수는 오히려 제한되기 때문에 수익을 위주로 하는 민간병원에선 운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더욱이 치매안심병원은 중증 치매환자를 집중 치료할 수 있는 시설에서 단기간 입원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되도록 한 뒤 다시 조속히 지역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환자들은 통상 치매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노화에 따른 다른 질환 때문에 쉽게 퇴원하기 어렵다. 치매안심병원에 입원한 중증 치매환자가 일정 수준 안정을 되찾은 후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인근 치매안심센터 등의 관리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은 대부분 다른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찾아 다시 입원·입소하게 된다.


한 요양기관 관계자는 "치매는 치료라는 개념보다는 잘 관리해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보니 이쯤되면 보호자도 많이 힘들고 지치게 된다"며 "환자가 잠시 회복했더라도 집으로 돌아온 뒤 다시 악화될까봐 퇴원 자체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에 9곳인 치매안심병원을 올 연말까지 12곳, 2025년까지 22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내걸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치매 정책이 새 정부 들어서는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의료계에선 의료 영역인 보건과 치매환자·보호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복지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책 방향이 돌봄 서비스 위주로만 논의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제기한다. 치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치매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의료적 개입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정책이사는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매 관리에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되는 현실은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지난 14년 동안 이어진 다양한 치매 정책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 정책들의 성과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종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